대선 주자들이 앞으로 건설비용이 50조원이 넘을 수 있는 정보고속도로를 10년 이내에 완성하고 「국민 1인 1PC시대」를 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화선은 초당 2만8천8백비트의 자료를 주고받지만 광케이블은 초당 20억비트의 자료를 주고받는다. 영상 음성 문자자료를 동시에 실시간으로 거침없이 주고받는 꿈같은 정보전달 매체다. ▼ 인프라보다 더 큰 문제 ▼ 지금 미국에서는 정보고속도로의 인프라 건설이 한창이다. 화상정보를 주고받기 위한비동기수송모드(ATM) 고속변환기 서버 소프트웨어플랫폼 등이다. 엄청난 정보가 전달됨에 따라 모든 정보가 「암호화과정」과 「암호해독과정」을 통과해야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 여기에는 엄청난 수학적 소프트웨어가 동원된다. 이런 것들이 기술상의 문제들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다. 비용에 비해 꿈같은 용도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집에 앉아서도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보고, 훌륭한 교수의 강의를 전세계 학생들이 동시에 들으면서 질문도 할 수 있는 정도의 용도를 위해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할 수는 없다. 꿈같은 용도가 개발되지 못하면 정보고속도로는 건설되지 않는다. 정보고속도로는 돈만 주면 살 수 있다. 그러나 그 위를 쓰레기 정보만 달리면 어찌 되겠는가.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 정보를 생산하고 생산된 정보를 활용하는 시스템이 없다. 한국사회에서의 정보화는 통신매체 일변도였다. 웬만한 대기업에는 그룹 단위 통신망(LAN)이 구축돼 있다. 모든 사원이 PC를 가지고 사통팔달식으로 정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LAN만 설치하면 엄청난 정보가 스크린에 뜰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PC스크린에는 정보가 별로 뜨지 않는다. 오히려 익명으로 남을 중상모략하는 저질 내용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정보가 가장 많아야 할 기업에조차 정보생산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 기업에 가장 중요한 정보는 정경유착 정보였다. 기업은 경영합리화를 통해 돈을 번 것이 아니라 불법과 편법에 의해 큰 돈을 벌었다. 따라서 경영합리화를 위한 분석력도 필요치 않았고 경영합리화를 위한 정보생산시스템도 필요치 않았다. 기업마다 경영정보시스템(MIS)을 가동하기는 하지만 이는 「이중회계」의 전산화(EDPS)일 뿐이다.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이중회계」를 해야 했고 정보를 분석하여 현실적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분석인력도, 시스템도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정보고속도로를 설치해 보라. 이는 기업에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 정보생산 능력 키워야 ▼ 우리나라에는 30개에 달하는 케이블TV채널이 있다. 많은 투자로 정보의 고속도로는 설치했지만 매력있는 정보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지 않은가. 인터넷과 PC통신이 열려 있지만 PC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고작해야 일기예보 매표 부동산정보같은 종류의 극히 제한된 것들뿐이지 않은가. 정부에 역시 과학적 경영,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시스템들이 없다. 「예산 타쓰기」와 「서류감사」를 위해 「허위정리」가 전통화돼 있다. 행정문서의 양식은 복잡하지만 정말로 국가경영 합리화에 필요한 정보는 들어 있지 않다. 「정보고속도로」나 「1인 1PC시대」를 여는 것은 당연한 과제다. 그러나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정보생산시스템과 전문분석인력을 마련하기 위한 붐을 조성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경영합리화문화를 창조하는 일이다. 지식 지혜 정보를 가지고 현실적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은 고급 분석인력에게만 있다. 지만원(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