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시험을 치르는 고3학생 5명중 4명은 어떤 형태로든 대학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그러나 4년동안 큰 돈과 정열을 쏟아부어 학업을 마친 올해 대졸 예정자에게는 훨씬 높은 기업체 문턱이 기다리고 있다. 리크루트 등 국내 취업정보기관들이 집계한 올 취업희망자는 32만명. 지난해보다 17%이상 늘어난 수치다. 취업재수생만 12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반면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중견기업의 모집인원은 3만5천명. 공무원 외국기업 중소기업 등을 다 합쳐도 8만명 수준이다. 어림잡아 4명중 3명은 또다시 취업 재수생으로 재분류될 판이다. 불과 몇년전 대기업들이 입도선매(立稻先賣)식으로 점찍었던 명문대 출신들도 올해의 취업대란에선 예외를 인정받지 못한다. 컴퓨터나 정보통신 등 잘 나가는 학과출신이 아니면 영락없이 기대수준을 낮춰야 한다. 대졸자들이 사상 최악의 취업전선에 내몰리고 있는 배경은 간단하다.경기가 바닥권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새 식구를 받아들일 여지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 신규사업을 벌이거나 사업을 확장하기는 커녕 기존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것이 재계의 유행이 된 지 오래다. 한보와 대농그룹이 공중분해되고 재계 랭킹 8위였던 기아그룹까지 법정관리 위기에 몰리는 부도 도미노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규 인력은 커녕 「기존 인력을 어떻게 탈없이 자르느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제성장기를 풍미했던 우리기업들의 확대경영이 점차 가치경영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면서 신규채용은 더욱 신중하게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취업 관문을 효과적으로 돌파할 비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취업전문가들이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비결은 어학능력이나 자격증. 토익 7백점 이상이면 서류전형을 어렵지 않게 통과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내시장에서의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하려는 기업들은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능력 우수자는 일단 선발대상에 올리게 마련. 객관적으로 실력을 입증하는 공인시험을 보아두면 더욱 유리하다. 취업 희망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관련 자격증을 따둔 대졸자에게 기업 문턱은 더욱 낮아진다. 자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프리젠테이션 기법도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 삼성그룹 등 프리젠테이션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을 차지하더라도 기업면접은 곧 자기표현력을 검증받는 것이나 마찬가지. 더욱이 수험생의 출신학교 학업성적 등 사전자료 없이 실시하는 「블라인드」면접을 채택하는 대기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들이 「대기만성형」 인재보다 현장에서 곧바로 순발력을 발휘하는 「전천후」 인재를 중시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성장여력이 없는 포화시장에서 기업들이 틈새시장을 찾아내듯 취업시장에서도 틈새를 살피는 혜안이 유용하다. 안정성과 성장성을 고루 갖췄지만 지명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등이 그 대상. 대부분 수시로 직원을 채용하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끈질기게 접근할 경우 의외로 쉽게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