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민문학의 아버지」 또는 「위대한 국민시인」으로 추앙받는 알렉산드르 푸슈킨(1799∼1837)의 유일한 증손자 그리고리 푸슈킨이 지난 19일 83세로 사망, 푸슈킨가문이 6백년만에 막을 내렸다. 그가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시신이 안치된 모스크바 재향군인병원에는 유치원생에서 80노파에 이르기까지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방송들도 추모특집을 내보내고 있다. 숨진 그리고리 푸슈킨은 푸슈킨의 유일한 직계 후손. 프라우다 출판사의 인쇄공이었던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으나 어릴때 사망, 부계 혈통에서는 이번에 숨진 그가 마지막 남은 핏줄이었다. 아내때문에 연적과 결투를 벌여 숨진 것으로도 유명한 알렉산드르 푸슈킨은 서정시 산문 서간문 등을 통해 현대 러시아어의 토대를 닦은 대문호. 그러나 그는 문학적 측면 뿐만아니라 행동하는 사회사상가로서도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당시 유럽의 사조를 휩쓸고 있던 자유주의적 성향에 심취돼있던 그는 농노제와 비인간적인 전제주의에 항거, 시위대를 이끄는 등 억압받는 민중의 대변자가 됐다. 그는 또 『나의 후손이랍시고 서툰 시를 쓰거나 위대한 시인의 자손이라고 운운하는 녀석은 머리를 (몸통에서)분리시킬 것』이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숨진 그의 증손자는 「푸슈킨 축제」를 개최하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시를 지어 낭송하기도 해 증조부의 유언을 어긴 처음이자 마지막 혈육이었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