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안정대책을 내놓았는데도 20일 증시가 폭락세를 거듭하자 재정경제원은 몹시 당혹해하면서 증권사와 투신사에 주식매입을 긴급히 지시하는 등 「주가관리 비상체제」에 돌입. 이날 재경원 금융실 증권과 직원들은 증권사별 순매수 현황자료를 놓고 순매도에 나선 10여개 증권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순매수를 강력히 독려. 증권사들은 17일 순매수를 결의했지만 상당수 증권사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더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는 상황』이라며 증권사와 투신사에 대한 행정지도 외엔 별다른 수단이 없음을 실토. 다른 관계자도 『주가폭락 앞에서 현 경제팀이 고집해온 시장주의는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고 한숨.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가 투신사에 대한 한은특융 지원 등 증시대책을 제시하자 재경원은 『실망매물만 늘리면서 주가하락을 부채질할 것』이라며 신경질적 반응. 강경식(姜慶植)부총리는 이날 오후 수원상공회의소 주최 「21세기 강연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증시상황이 심상찮자 강만수(姜萬洙)차관을 대신 보냈다. 강부총리는 21일 원주춘천강연회 등 금주에 예정된 강연회 일정도 모두 취소. ○…이날 주가가 또다시 폭락하자 증권사 객장은 초상집 분위기. 투자자들은 할 말을 잊은채 온통 파란색으로 물든(주가하락을 뜻함) 전광판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주식담보비율이 130% 아래로 떨어진 담보부족계좌에 대해 반대매매가 들어가야 하지만 차마 고객들에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증권감독원은 매달 집계하던 담보부족계좌 수를 최근에는 하루하루 발표하기로 했다. 증감원의 한 관계자는 『16일 주가폭락때 하루사이 3천8백계좌나 늘어난 담보부족계좌가 20일에는 얼마나 증가할지 걱정이 앞선다』며 난감한 표정. 증권거래소도 연일 연중최저치를 경신하는 종합주가지수와 하락종목 및 하한가종목 수를 집계하며 『대책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규진·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