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병무행정 때문에 세계화 전문화를 꿈꾸는 대학생들이 많은 불편과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김남호(金南浩·20·고려대 3년)씨는 출국허가를 받기 위해 병무청에 제출해야 하는 총장추천서를 손에 쥐는 데만 4일이 걸렸다. 해외여행신청서에 보호자 지도교수 학장의 도장을 받는 데 이틀이, 이 신청서를 학교에 제출한 뒤 총장직인이 찍힌 「병역미필자 국외여행추천서」를 받는 데 이틀이 소요된 것. 방학이 가까워지면 김씨처럼 총장추천서를 받으려는 배낭여행 학생과 단기어학연수생 때문에 각 대학 병무행정실이나 학생과는 업무가 거의 마비될 지경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서울대 2천5백79명, 고려대 1천5백54명, 연세대 2천5백명을 비롯해 수만명의 병역미필 대학생이 귀국보증서와 달리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총장추천서를 받기 위해 이틀에서 일주일을 허비해야 했다. 서울대 학생과 이혜경(李惠京)씨는 『지금까지 총장추천서를 받지 못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병무담당 직원과 학생만 힘들게 하는 이같은 형식적 절차를 간소화해 줄 것을 병무청에 건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재수나 삼수를 해 입학한 대학생의 경우 복수전공을 하려 해도 입영제한연령 때문에 중도포기하고 입대하거나 입대날짜와 학사일정이 맞지 않아 1,2학기를 손해보면 졸업후 취업제한연령에 걸려 입사원서조차 낼 수 없는 일까지 생긴다. 올해 휴학을 하고 현재 군복무중인 J씨(21·연세대2년 휴학)는 『복수전공을 신청, 학과공부를 모두 마친 뒤 장교로 입대할 생각이었지만 재수를 했기 때문에 마지막 1년을 남겨두고 입대해야 했다』며 『대학입시에서 한 번 실패한 것이 인생진로를 바꿔 놓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병무청 여춘욱(余春旭)징모국장은 『전체적인 병력수급과 병무행정의 균형을 깨지 않는다면 총장추천서를 재학증명서 등으로 간소화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형권·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