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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중진들 왜 모였을까]『도리어 당한다』 위기감 팽배

입력 | 1997-10-13 08:04:00


신한국당 민정계와 민주계 중진 8명의 12일 긴급회동은 신한국당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수수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된 「비자금정국」이 당초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고조되고 있는 당내 위기의식 때문에 이뤄졌다. 이같은 비공식 중진모임은 「이회창(李會昌)총재 체제」 출범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모임은 이날 오전 김윤환(金潤煥)고문이 선대위구성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해 전격적으로 이뤄졌으나 선대위 구성문제보다는 김대중총재의 비자금의혹을 제기했는 데도 이총재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오히려 비난여론이 확산되는데 대한 우려가 주조를 이뤘다. 당초 이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던 서석재(徐錫宰)의원은 불참했으며 김덕룡(金德龍)의원은 선약이 있어 예정시간인 오후 6시반보다 2시간 늦게 도착했다. 한 참석자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총재의 지지도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거나 오히려 떨어졌다는 사실에 당내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당내 현안에 대해 광범위한 의견을 나눈 참석자들은 이날 논의가 야당에 노출될 것을 우려,입조심을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참석자는 『오늘 모임에서 정국현안에 대한 그동안의 생각을 솔직히 다 털어놓고 논의했으나 야당이 알면 안되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선대위 구성과 관련, 이날 참석자들은 박찬종(朴燦鍾)고문에게 공동선대위원장을 수락할 것을 거듭 요구했으나 박고문은 『조금더 두고 보자』며 즉답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고문은 선약을 이유로 먼저 자리를 떴는데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도 심각한 표정으로 묵묵부답으로 일관. 다만 박고문은 『다른 사람이 발표할 것이다. 선대위원장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박고문은 그러나 측근들에게는 『조간신문 가판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참석자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는 회의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서는 이번 비자금의혹 제기를 이총재가 주도했느냐, 아니면 강총장이 주도했느냐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중진들은 이자리에서 대체로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주도한 듯한 심증을 갖고 있는 것같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해 사태가 악화할 경우 강총장에 대한 인책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중진들은 『당지도부가 비자금의혹 제기에 따른 부작용과 여론의 「역풍(逆風)」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느냐』며 당지도부의 신중하지 못한 대응을 질타하고 이한동(李漢東)대표에게 경위설명을 요구했으나 이대표의 설명에 중진들이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 도중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세계일보 등 3개 중앙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알려지자 모임분위기가 한층 심각해지면서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논의가 길어져 3시간 동안이나 계속됐다. 그러나 중진들은 모임이 끝난 뒤 『이제 비상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무거운 표정으로 일절 함구했다. 〈이원재·정연욱·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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