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ＤＪ 비자금說］신한국 强攻 무엇을 겨냥하나？

심각한 與수뇌부

신한국당이 김대중(金大中·DJ)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 수수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촉발된 비자금정국에서의 정파간 이해득실을 따지다 보면 『신한국당이 정말 왜 이럴까』하는 근본적인 의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우선 신한국당이 비자금정국 조성으로 별로 얻은 게 없다는 세간의 평 때문이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다면 뒤늦게나마 수습에 나설 수도 있을 텐데 당내에 무성한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강공(强攻)일변도로 밀어붙이는 이유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이 때문에 신한국당의 의혹제기가 정말 무엇을 노린 것이냐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강총장이 11일 의원총회에서 『이번 싸움은 단순히 대선전략 차원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당선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김대중총재와 같은 부패정치인이 21세기 이 나라를 이끌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의문들에 대한 그 나름의 답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강총장의 발언에는 다른 측면에서 음미할만한 대목이 있다. 대선을 두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신한국당의 지상과제는 정권재창출일 수밖에 없는데 당의 대선후보인 이총재의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고 한 것은 단순히 「DJ 불가론」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修辭)로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여권의 복잡한 사정과 얽혀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게 신한국당의 속사정이다. 실제로 여권인사들 중에 실체를 알 수 없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기류가 정국의 밑바닥에 흐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한국당의 한 고위당직자조차 『이총재도 모르는 거대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청와대는 현재 비자금파문과 관련, 공식적으로는 당과 거리를 두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나 이들은 몇가지 이상징후를 들어 최종적인 연출자로 청와대를 지목한다. 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당의 대선후보 경선 후 김대통령이 강총장을 재기용한 것 자체가 다목적 포석을 위한 것이었다』며 『김대통령이 강총장을 통해 정치권의 새판짜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무소속의 홍사덕(洪思德)의원을 대선정국에서 정무1장관으로 전격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이의원의 얘기다. 정치권의 새판짜기 기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여권관계자들은 「DJ 허물어뜨리기」에 이어 「이총재 무력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DJ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착수되면 국민회의도 이총재의 경선자금 문제로 맞불을 놓을 것이 분명하고 이때 여권핵심부는 자연스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신한국당내 민주계 비주류의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핵심인물인 서석재(徐錫宰)의원이 최근 김대통령과 독대한 뒤에도 공공연히 「반(反) 이총재」 노선을 표방하면서 거사를 예고하고 있는 것은 서의원 나름대로 김대통령의 의중을 읽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여권핵심부가 정치권 새판짜기를 추진할 경우 중심인물로 누구를 내세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도 유력한 후보중 하나이나 여권내에 이전지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만약 여권 핵심부가 정치권의 새판짜기를 구상하고 있다면 대선일정을 감안할 때 10월말이나 11월초를 전후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