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다국적 스님」한자리서 『합장』…駐韓30여명 송광사서

입력 | 1997-10-11 19:59:00


서울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자락에 자리잡은 화계사 경내의 국제선원. 이곳 3층은 외국승려들이 수행하는 선실. 회색 승복을 정갈하게 갖춰 입은 벽안의 스님들이 가부좌를 튼 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함속에 온갖 잡념을 털어내고 있다. 93년 개원한 이 국제선원은 전남 승주 송광사, 서울 종로구 소격동 연등국제불교회관과 함께 외국인승려들의 참선 수행처로 유명하다. 현재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리투아니아 벨기에 싱가포르 등에서 온 스님 20여명이 정진하고 있다. 이들은 화계사 조실 숭산스님이 지난 30여년 동안 세계 30여개국에 세운 1백여개의 선원에서 가르침을 받고 불가에 귀의했다.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으로 알려진 경북 경주시 양북면 안동리 함월산 계곡의 골굴사. 이곳에는 폴란드출신 원통스님과 슬로바키아 출신의 묘도스님이 머물며 무술을 통해 깨달음을 찾고 있다. 이들은 주지 적운스님의 지도로 하루 세 시간씩 선무도를 수련한다. 연등국제불교회관의 외국인승려들은 다도 연등만들기강좌 등을 통해 주한 외국인들을 상대로 포교를 하고 있다. 연등국제불교회관 원장 원명스님이 최근 강화도에 건립한 연등국제선원에도 스위스의 일고, 러시아의 일쾌스님 등 8명의 외국인 승려가 상주하며 영어로 참선을 지도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 흩어져 수행중인 외국인승려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다음달 5∼7일 조계종 교육원 주최로 전남 승주 송광사에서 열리는 첫번째 주한 외국인승려 연수회. 외국인승려에게 종단의 정통수행법을 교육하고 한국에서의 수행을 원하는 외국인스님들의 구심점을 형성하자는 취지. 외국인 승려들은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혜암스님, 참선분야의 선지식(善知識·중생을 교화하는 고승)으로 이름높은 혜국스님 등 큰 스님들의 법문과 한국 사찰 조형의 특징, 한국의 불교 문화 등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전남 곡성 태안사 등구산선문답사도마련돼 있다. 현재 조계종 승적을 가진 외국인 승려는 비구니 11명, 비구 10명 등 11개국 37명. 79년 화계사에서 계를 받은 캐나다 출신의 비구니 혜광스님이 가장 오래됐다. 아직 승적에 오르지 않은 사람까지 합하면 50여명이 국내에서 활동중인데 30여명이 참석할 예정. 외국인승려들의 하루생활은 한국승려들과 다를 게 없다. 새벽 3시부터 오후9시까지 하루 3,4차례의 참선과 예불, 발우공양과 청소 풀뽑기 등의 울력으로 하루일과가 빡빡하다. 육식에 익숙한 이들이 밥 국 김치 나물이 기본인 사찰 음식을 소리없이 밥 한 톨 안 남기고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공양도 수행의 한 과정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화학 문학을 공부하다 숭산스님의 법문을 듣고 한국불교에 귀의한 무심스님은 티베트불교가 서구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선수행을 하려는 사람들은 화두를 향해 정진하는 한국불교에 이끌린다고 말했다. 〈김세원기자〉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