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주가가 연일 하락해 그제와 어제 4년만의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금리상승과 자금흐름 왜곡이 장기화하면서 기업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 경영여건이 최악의 상태다. 내년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업현장의 불황감은 여전하다. 정권말 누수현상으로 정부는 경제를 추스르기는커녕 방관하거나 무력감에 빠져 있다. 정치권은 민생이나 경제회생은 뒷전이고 대권에만 열중한다. 증시 혼란으로 기업들은 직접자금 조달에 극심한 애로를 겪고 있다. 여기에다 콜금리가 15%에 이르는 등 금리상승으로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중소기업의 사채(私債)이용이 한 해 전보다 20%나 늘고 심지어 열흘에 10%의 고리사채를 쓰는 기업까지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전경련에 따르면 작년에 30대그룹 중 13군데가 적자를 냈고 1천원어치를 팔아 1원을 남길 정도로 국내 기업의 채산성은 말이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 연2%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왔다는 한 기업인은 국내은행에서는 13%를 주어도 융자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잖아도 금리가 높은 데 금융시장 혼란이 장기화하다 보니 자금이 정상적으로 돌지 않는다. 금융불안으로 은행의 해외신용도가 계속 낮아져 해외차입금리가 뛰고 환율이 불안해도 정부당국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사업부진과 고금리 행정규제 등 기업활동의 제약이 사라지지 않아 국내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철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큰일이다. 신규투자가 늘고는 있지만 올 들어 8월말까지 외국인의 투자철수는 7천5백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대기업 연쇄부도와 금융기관 부실 등으로 우리나라의 기업의욕이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국가에도 뒤져 최하위라는 국제연구기관의 분석은 기업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준다.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절실하다. 한보 기아 우성 등 경영위기의 대기업 부도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 및 금융산업구조조정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섰다지만 기업의 체감(體感)경기가 갈수록 악화하는 것은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높기 때문이다.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리는 일이 급하다. 호전되기는커녕 악화일로인 기업환경을 개선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 김영삼(金泳三)정부는 임기말이라 해도 경제만은 철저히 챙겨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대선에만 매달려 정정(政情)불안만 가중시키지 말고 금융개혁입법 및 산업구조조정을 뒷받침할 제도개선에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이후의 경제회복도 기대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