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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배명진/학력위주 「기술교육」 벗어나자

입력 | 1997-10-06 08:00:00


기술선진국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연구기술 투자나 축적된 기초기술이 부족해 짧은 시일안에 선진국을 따라잡기는 아직 역부족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한가지 방안은 기술교육에서 창의적인 응용성을 키우는 일이다. 우리 국민의 학력수준은 비교적 높은 편이어서 장래 어떤 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즉 기술잠재력은 우수하다. 그러나 학력 위주의 기술잠재력만 강조하게 되면 기술개발에서 모방적이거나 경직돼 창의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대졸 엔지니어를 평가할 때 특성화된 교과과정을 갖춘 대학이나 학과를 졸업했다는 사실보다 대입수능시험 점수가 높은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을 중시한다면 전문 엔지니어가 배출되기 어렵다. 창의적인 엔지니어보다 기술잠재력만 있는 엔지니어가 양산되는 원인은 국가정책에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술분야를 육성한다고 할 때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특성화 여부를 선별하게 되는데 대개는 규모가 큰 대학이 지원을 받는 경향이 있다. 대형화된 대학은 국가의 특별지원이 없어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경쟁을 유발한다면서 외형만 중시하는 정책지원은 국가 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대학 스스로도 기술교육에 대한 일관된 비전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어느날 갑자기 계열화하는 대학 혹은 대학원 중심 대학을 선별, 지원하겠다고 하면 대부분의 대학이 「지원금」을 위해서 그 동안의 교육목표를 변경해버린다. 많은 대학이 대학원 중심제로 전환, 연구개발 인력만 배출한다면 산업체의 기술인력 배출은 어느 대학이 감당하겠는가. 또 중소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대학에 특혜를 주겠다고 하자 각 대학이 부족한 교육시설을 쪼개 창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교육의 내실을 기하기보다 외형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기술교육에서 외형적인 학력에만 치중하거나 교과목의 획일적인 주입만을 강조하면 졸업생들이 응용제품을 새롭게 도출해내는 창의성이 부족하게 된다. 창의적인 응용력을 기르는데는 기술교육과정의 기획이나 교재 마련에서부터 다양한 평가방법을 적용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도움이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한 정책지원과 기술교육의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정보통신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