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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두뇌응원」빛났다…차범근號 전술과 「닮은꼴」눈길

입력 | 1997-10-05 20:26:00


《월드컵 축구 응원도 경기를 닮는다. 한국응원단의 작전과 전술은 차범근감독의 성향과 닮은꼴이다. 일본응원단의 작전은 가모 슈 감독의 그것과 비슷하다. 물론 홈경기냐, 어웨이경기냐에 따라 응원의 작전도 달라진다. 지고 있을때와 이기고 있을때의 전술도 그렇다.》 지난달 28일 동경국립경기장에서의 한일응원전이 그 좋은 예. 당시 「레드 데블스」 등 5천여 한국응원단은 일본응원단의 진이 빠진 틈새를 노렸다. 이는 한국팀이 전반에 일본팀의 기세를 침착하게 막아내며 기회를 엿보던 것과 닮았다. 예상대로 「울트라 닛폰」 등 10배나 많은 일본응원단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풀에 지쳤다. 일본팀의 경기가 답답하고 지루했기 때문. 초반에 운동장을 가득채웠던 함성도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부터 한국응원단의 꽹과리와 북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일본응원단의 어딘지 힘빠진 응원소리가 끝날때쯤이면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응원단의 산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붉은 악마」의 신인철회장(29)은 『어차피 숫자로는 우리가 밀린다. 더구나 도쿄는 적지 아닌가. 우린 목소리를 아끼고 아꼈다가 이때다 싶으면 한꺼번에 목이 터져라 함성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4일 잠실에서 있었던 UAE전은 한일전과는 정반대. 한국응원단은 초반부터 거세게 천둥같은 함성을 쏟아부었다. 둥둥둥 북을 울리고 깨갱깨갱 꽹과리로 UAE선수들의 얼을 뺐다. 차범근 감독도 고정운 서정원 최용수 이상윤 등 빠르고 투지 넘치는 선수들을 초반부터 투입, 물밀듯이 밀어붙였다. 신회장은 『홈에서는 초반에 기선을 잡는게 중요하다. 골이 터지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홈팀이 초조해진다』고 말했다. 한국의 응원단은 「된장축구」를 구사하는 한국팀처럼 극히 한국적이다. 유럽이나 남미의 축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대피리 같은 응원기구는 사용하지 않는다. 북과 꽹과리가 주다. 경기가 소강상태일땐 어깨동무를 하고 「힘차고 억센 노래」를 부른다. 일본응원단은 어떤가. 그들은 유럽과 남미의 축구장에서 유행하는 온갖 응원기구를 들여와 쓴다. 브라질축구를 흉내낸 일본축구처럼. 또 극히 조직적이고 절제적이다. 감정을 모두 쏟아붓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두부 모처럼 잘라 분출한다. 그럼 응원단장과 대표팀감독은 작전이나 전술에 사전교감이 있는 것일까? 신회장은 『차범근 감독을 한번도 직접 본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답은 오직하나. 축구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하면 모든게 통한다. 〈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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