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38〉 피륙을 구하러 떠난 마신들을 기다리기 위해 일동은 커다란 천막을 쳤다. 대천막이 완성되자 반지의 마왕 아부 알 사다트가 말했다. 『주인님, 이 천막 안에서 편히 쉬십시오. 저의 아들놈들이 경호를 해드릴 테니 아무것도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지시할 것이 있어 부하들에게로 가봐야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마왕은 마루프를 남겨둔 채 가버렸다. 그가 가버리자 백인노예로 변신한 그의 아들들이 음식을 날라왔다. 마루프는 혼자 식탁 앞에 앉아 노예들이며 하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막 식사를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아까 그 농부가 납작콩이 담긴 사발과 보리가 가득 든 여물자루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그 사이에 막사가 서고 백인노예들이 보초를 서고 있는 것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 없었다. 틀림없이 임금님이 행차하셔서 휴식하고 계신 줄로만 안 그는 혼자말을 하였다. 『임금님께서 와 계신 줄 알았으면 영계 한 쌍을 잡아 버터로 노릇노릇하게 튀겨서 올 걸 그랬구나!』 이렇게 말한 농부는 병아리를 잡아 오기 위하여 발길을 돌렸다. 그걸 본 마루프는 백인노예를 시켜 그 농부를 불러오게 했다. 노예들은 납작콩을 담은 커다란 사발을 그러안고 있는 농부를 마루프 앞으로 데리고 왔다. 『그게 뭐요?』 마루프가 물었다. 그러자 농부는 차마 고개도 들지 못하고 대답했다. 『이것은 나리를 위한 점심 식사와 말먹이입니다. 저는 미처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임무를 띠고 먼길을 떠나는 임금님의 백인노예인줄로만 알았답니다. 제발 용서하십시오. 임금님께서 이런 시골에까지 행차하시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병아리 한 쌍이라도 잡아 대접을 했을 텐데 말입니다』 마루프는 웃으며 말했다. 『임금님이 오시지는 않았소. 나는 임금님이 아니라 임금님의 사위랍니다. 내가 누구든 나를 위하여 이렇게 별미를 만들어왔으니 나는 고맙게 대접을 받기로 하겠소. 게다가 나는 그대가 날 위해 가져온 별미 이외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오. 왜냐하면 당신의 정성이 담긴 그 납작콩 한 사발이 나에게는 길이 잊지 못할 음식이 될테니까요. 그 대신 당신은 이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먹도록 하시오』 이렇게 말한 마루프는 농부가 가져온 납작콩 사발을 식탁 한가운데 놓으라고 이르고, 그것을 아주 맛있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한편 농부는 마루프의 맞은편에 앉아 식탁에 가득히 차려진 온갖 산해진미를 배불리 먹었다. 납작콩 한 사발로 식사를 마친 마루프는 빈 사발에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