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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한구/기아사태와 한국경제

입력 | 1997-09-12 20:07:00


기아그룹이 사실상 부도가 난지 벌써 두달이 되건만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 처리는 국제화시대의 산업개편과정에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재벌들의 부도사태시 적용되어야 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셈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따지고 지혜를 모을 필요가 크다. ▼ 사태해결 서둘러야 ▼ 기아그룹은 오는 29일 부도유예협약이 끝난다. 이해관계자들간의 대치국면이 지속된다면 법정관리상태에서 정부주도로 기아자동차의 경영진을 개편한후 일정기간 최소한 생명연장자금이 지원될 것이다. 그러다가 다음 정권에서 자동차산업구조조정과 거대재벌간의 세력배분을 고려해서 그 운명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 계열사는 회사단위로 매각되는 게 바람직스럽겠지만 현행 제도 아래선 인수자를 기대하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기아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은 심각한 손실부담문제를 안게 된다. 아무래도 금융기관들을 다짜고짜로 부도처리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신용관리기금이나 예금보험공사의 지원으로 문제를 풀되 후일 정부가 발권력 동원이나 재정긴축으로 뒷받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아그룹에 대한 채권을 일정기간 동결하거나 출자전환시키는 방법도 거론될 수 있다. 그러나 10조원이 넘는 채권동결에 따른 금융기관의 수지악화문제는 결국 엄청난 통화증발이나 주가하락, 환율평가절하로 연결되고 금융산업 자체의 본격적 개편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기아문제 관련자들은 합리적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 첫째, 기아그룹 경영자와 노조지도자측에선 최대한 자구노력계획을 제시하면서 채권금융기관들의 신뢰를 얻어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채권금융기관들은 현재의 기아경영진에 자구노력을 실천할 최소한의 시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로선 기업구조조정특별조치법을 만들어서라도 향후 1∼2년간은 재벌들이 공정거래법상의 출자제한에서 벗어나도록 허용하고, 인수합병(M&A)이나 정리해고 관련 제한을 산업구조조정 기간중에는 풀어주는 게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외국인들에게 국내 기업을 매각하는 길도 열어주는게 국제적 산업개편시대에 맞는다. 셋째,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금융산업개편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외국자본유입이 크게 줄어들면 외환위기와 심대한 자금경색, 1인당 국민소득(GNP)의 1만달러 미만으로의 하락사태마저 예상된다. ▼ 정치논리 배제를 ▼ 그러므로 외화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재정긴축조치로 그동안의 통화증발에 관련한 대외신뢰도 저하를 막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씀씀이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 이런 준비를 하더라도 과도기중의 신용팽창은 앞으로의 환율 주가 금리 고용사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일 기아문제 처리와 관련해서 각자의 욕심이 앞선 정치논리가 작동하게 되면 우리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되므로 이해관계자들이 책임있는 자세를 갖도록 온 사회가 강력한 압력을 가할 시점에 와 있다. 기아그룹문제는 우리 경제가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판별하는 시금석이다. 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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