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22〉 대신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다시 마루프에게 가 마루프를 데리고 왔다. 마루프가 왕 앞에 인사를 드리자 왕은 짐짓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내 청을 거절한단 말인가? 내 비록 일개 빈국(貧國)의 왕이라 하나 딸 하나만은 훌륭하게 키웠거늘 어찌하여 그대는 내 딸과의 결혼을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왕이 이렇게 말하자 마루프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절하다니요? 제 어찌 감히 그런 무례한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다만 제 짐이 도착할 때까지 공주님과의 결혼식을 미루어달라고 부탁하였을 뿐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마루프는 지난번에 대신에게 했던 말들을 다시 한번 왕 앞에 했다. 듣고 있던 왕은 말했다. 『듣기 싫다. 공주와의 결혼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면 이런저런 변명을 하여 나의 호의를 물리칠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나의 보물 창고에는 재물이 가득히 쌓여 있다. 이 열쇠를 줄 터이니 필요한 만큼 쓰도록 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으면 마음대로 나누어주어라. 모든 것은 그대 마음대로 하되 공주와 시녀들에게 줄 선물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말아라. 짐이 도착하면 그대의 후한 인심도 증명해보일 겸 그대 직성에 풀릴 만큼 선물을 하면 될 것 아닌가. 그대와 나 사이는 일심동체, 아무런 격식도 필요 없으니 지참금도 그때까지 유예해주겠다』 왕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마루프로서는 이제 더 이상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마루프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왕은 장로를 불러 카이로의 상인 마루프와 두냐 공주 사이의 결혼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결혼계약서가 작성되자 왕은 화촉을 밝힐 것과 온 도성을 아름답게 장식할 것을 명령했다. 마루프와 두냐 공주 사이의 결혼식은 참으로 성대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음악소리는 왕궁 안에 가득했고, 수천 명이 한꺼번에 먹어도 다 먹지 못할 산해진미들이 거대한 식탁 위에 벌여졌다. 사방에서 모여든 무희들은 저마다의 재주를 자랑했고, 아름다운 두냐 공주의 남편이 될 그 행복한 사내를 구경하려고 몰려온 축하객들은 왕궁을 가득 메웠다. 『어쩜 저렇게 잘 생겼을까? 정말이지 보름달같이 훤한 얼굴이야. 저렇게 잘 생긴 남자라면 공주님의 남편으로 전혀 손색이 없어』 축하객들은 드넓은 홀의 옥좌에 정좌하고 있는 마루프를 보며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자 곁에 섰던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그렇지만 저분의 진가는 저분의 인간 됨됨이에 있어. 세상에 저분처럼 인정 많고 저분처럼 그릇이 큰 사람은 달리 없을 거야. 저분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육만 디나르의 금화를 뿌리고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 분이야』 그런가 하면 축하객들 중 젊은 여자들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오, 단 하룻밤만이라도 저렇게 인자한 분의 품에 안겨 잠잘 수만 있다면』 축하객들이 저마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마루프는 연방 창고지기를 불러 지시하곤 했다. 『보물 창고에 가서 금화를 꺼내어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