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주장한 「대통합의 정치」는 그 뜻하는 바가 쉽게 와닿지 않는다. 처음 이대표의 발언은 대선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정파와의 연대도 가능하다는 이른바 「신(新)3당합당」을 추진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그는 29일 동아일보와 KBS가 공동주관한 3당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우리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새로운 눈으로 정치판도를 그려봐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해 무슨 생각으로 대통합론을 던졌는지가 모호해졌다. 각종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이대표의 지지율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정권재창출이 힘들지 않느냐는 신한국당 내부의 위기감도 높다. 이런때 그가 대통합을 강조한데다 이미 특정야당과 물밑접촉을 시작했다는 보도까지 잇따른다. 그렇다면 여권이 정치판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뭔가 새 구상을 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대선후보가 지지율 만회를 위해 획기적 대안을 내놓는 것까지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도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정치권이나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 우선 돼야 한다. 그러지 않고 수수께끼처럼 풀기 힘든 명제만 던져놓고 밑그림조차 내놓지 않는다면 책임있는 정치인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우리 정치무대에서 정파간의 통합이나 연대는 항상 야합의 냄새를 풍겨왔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의 새판짜기는 특정지역 특정인을 고립시키는 형식으로 비춰져 결과적으로 국민통합을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대표가 대통합론을 내건 의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여러 가정을 하는 자체가 불필요할지 모르나 그의 발언이 불러온 혼란과 혼선을 그대로 방치하기도 쉽지 않다. 이대표는 대통합론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떤 명분과 이유로 그것을 추진하려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민이 예측할 수 없는 정치는 잘하는 정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