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의 한 미혼기자가 여러 사람의 결혼생활을 취재하다 보니 결혼하는 것이 너무 두렵고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고 하소연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계약결혼을 할 수도, 누구 주장처럼 살아보고 결혼할 수도 없고 또 살아볼 때 괜찮은 사람이 계속 괜찮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며 고민이 대단했다. 많은 사람이 실패를 두려워해서 결혼 전에 궁합을 본다. 그렇다면 정말 궁합이 맞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원하는 기대치와 결혼에 대해 갖는 기대치가 같을 때 정신과적으로 궁합이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지배욕이 강한 남편과 순종적인 아내는 잘 산다. 그러나 여자도 지배당하고 간섭당하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 둘 사이에는 전쟁이 끊일 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상대가 돌봐주기를 기대하는 욕구를 가졌다면 그 결혼은 영원한 갈등의 연속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욕구들이 무의식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결혼이 사랑의 무덤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렇게 미묘한 두 사람의 무의식적인 욕구의 차이 때문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아는 욕구는 서로에게 표현한다. 그러나 무의식적인 욕구는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어 상대방에게 합당한 이유없이 화를 내게 될 뿐 왜 그가 마음에 안드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서로가 서로에 대한 무의식적 욕구를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상대방에게 너무 지나치고 비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바로 결혼생활인 것이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