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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특집/日 어디로?]공격外交로 「亞太질서」흔들

입력 | 1997-08-13 19:56:00


《일본이 세계2위의 막강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한 「경제대국」에서 이제는 「정치대국」「군사대국」으로 변신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움직임 등으로 세계무대에서의 발언권을 높이면서 경제원조를 앞세운 「당근외교」와 군사력을 과시하는 「힘의 외교」로 동북아의 맹주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최근 직선기선일방선언 등 「공세적 외교」를 펴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다. 패전 52주년을 맞는 일본에서 이제 「전범국」이란 죄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광복절을 맞아 「오늘의 일본」을 3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지난 91년 걸프전(戰) 당시 일본은 이라크군에 맞선 다국적군을 위해 1백2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썼다. 그러나 일본에 돌아온 것은 감사의 말보다는 「인적 공헌에 인색했다」는 미국 등 구미(歐美)선진국의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이를 계기로 일본내에서는 「미국 좋은 일만 시켰다」 「정치 대국화(大國化)는 돈만으론 안된다」는 자성과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후 「경제전략」밖에 몰랐던 일본의 외교는 무섭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외교의 중심을 「세계 2위의 막강한 경제력」에 상응하는 정치외교적 영향력 확보에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새 외교」는 우선 경제력을 앞세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맞추고 있다. 일본은 92년 7월 美日(미일)정상회담에서 상임이사국 진출 희망을 공식표명한 뒤 몇년째 전세계를 상대로 용의주도한 「물밑로비」를 펼쳐왔다. 특히 현재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내각은 전 각료를 오지(奧地)국가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 내보내 「상임이사국 진출 외교」를 펴도록 하고 있다. 이런 로비작업에 정부개발원조(ODA) 등의 「경협 당근」이 동원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유엔회원국들의 거부감은 거의 대부분 희석된 상태다. 유엔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도 이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아직 반감을 갖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남북한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이 포함된 「유엔안보리 개혁안」이 올 가을 유엔총회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일본이 이처럼 유엔에서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었던 것도 경제력 덕분이다. 일본의 유엔분담금률은 97년 15.65%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상임이사국 진출이 이뤄지면 일본은 별다른 노력없이 돈만으로 2차대전 전범국으로서의 과거를 완전청산하는 동시에 단숨에 「정치대국」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일본의 팽창주의를 잘 보여주는 또다른 예는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다. 2차대전 당시 군사력을 앞세워 「대동아공영권」구상을 내건 바 있는 일본은 패전 후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시 동남아를 「일본의 앞마당」으로 만들어왔다. 동남아를 잠식하려는 일본의 노력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정부개발원조의 절반이상을 이 지역에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이 최근 태국의 통화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40억달러의 긴급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동남아에서는 과거 일본의 침략사에 대한 의식이 희미해진 상태이며 오히려 일본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종종 반미(反美)적 성향을 드러내는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총리조차도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할 정도다. 결국 경제적 의미에서의 「대동아공영권」이 최소한 동남아에서는 이미 실현됐다고 봐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이같은 외교전략에 따라 일본의 대(對)한반도외교정책도 최근 크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대(對)한국외교는 공격적인 양상을 띠어 가고 있다. 이는 최근의 韓日(한일)어업분쟁에서의 일본의 태도를 보면 분명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거사 때문에 「한국에 한수 접어주는 듯한」 조심스런 태도를 보여왔던 일본은 직선기선영해를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한편 어업협정을 파기하겠다는 「협박」도 불사하고 있다. 韓美(한미)양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대북(對北)경수로사업에 10억달러 안팎의 거액의 돈을 내기로 한 것도 한반도문제 개입을 원하는 외교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최근 미일 관계의 질적 변화 움직임은 동북아에서의 「일본의 재등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의 미일관계는 경제 무역관계에 초점이 두어졌으나 최근에는 정치적 군사적 협력관계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동북아와 한반도에서의 일본의 군사력 확대를 용인하는 내용의 「미일안보협력지침」 개정 움직임이 대표적인 예다. 군사대국인 미국과 경제대국인 일본의 이같은 관계변화는 향후 아태지역 특히 동북아와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구축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또한 자신의 국제정치적 입장 강화와 대(對)중국 경제진출 증대를 위해 우호적인 中日(중일)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현대화정책 추진에 있어서 일본의 자본 및 기술협력의 필요성 때문에 대일관계를 중시하면서도 일본의 정치군사적 부상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과거 최대의 가상적국(假想敵國)이었던 소련의 몰락 이후 일―러관계 개선에 노력하면서도 양국간 최대 현안인 북방 4개섬의 영유권문제를 끊임없이 거론, 긴장을 유지시키고 있다. 〈문 철·동경〓권순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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