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강풍으로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기상청이 예보했던 제11호 태풍 「티나」가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은채 9일 정오경 동해로 빠져나갔다. 시민들은 이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예보가 이렇게 빗나갈 수 있느냐』며 의아해 하고있다. 기상청은 태풍이 상륙하기 직전 발표한 예보를 통해 남부지방에 최고 2백㎜,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도 최고 1백2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봐 전국을 긴장케 했다. 그러나 막상 태풍이 상륙한 뒤 전남 고흥지방의 81㎜를 제외하고는 남부 대부분의 지역에 고작 10∼50㎜의 비가 내렸을 뿐이다. 서울 등 중부지역은 아침부터 바람 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가 계속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티나는 9일 오전6시 경남 사천지방에 상륙직후 최대풍속 22m, 영향반경 1백50㎞로 세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기상청은 이렇게 태풍이 맥없이 지나가자 이날 오전과 오후 태풍주의보와 경보를 해제했다. 기상청은 태풍의 급작스런 세력약화 원인으로 우리나라 남동해 해역에 형성된 차가운 해수대와 한반도주변의 고기압세력을 들었다. 티나가 위도 30도를 지나 북상하면서 지난 7일부터 일본 규슈(九州)해역에 발달하기 시작한 냉수대에 태풍의 에너지를 빼앗겼다는 것. 태풍은 올라오면서 열과 습기를 품은 남풍기류에서 계속 에너지를 흡수해야 하는데 최근 우리나라 서쪽 대륙 대기권상층에 고기압이 발달, 이를 막은 것도 또 다른 원인. 여기에다 태풍의 상륙시점에 맞춰 대륙에서 중부지방으로 내려와 폭우를 내릴 것으로 예상됐던 기압골도 우리나라 북동쪽으로 지나가 예상은 더욱 빗나갔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은 예보대로 남해안에 상륙, 영남내륙을 통과했다』며 『우리나라 주변에 태풍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많은 요인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 태풍경보와 주의보를 내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11일까지 전국에는 한두차례 비가 내리고 당분간 낮최고기온이 30도 안팎에 머물러 무더위는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다.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