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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신치영/멱살잡힌 장관의 조문

입력 | 1997-08-09 20:37:00


『유족들이 미국정부를 상대로 죽은 자식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고 사정하는 동안 우리 정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얼하다 이제서야 조문을 온다는 말입니까』 9일 낮 12시반경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괌 퍼시픽스타호텔에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새벽 괌에 도착한 李桓均(이환균)건설교통부장관은 대한항공 趙亮鎬(조양호)사장과 함께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영령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호텔을 찾았다. 이장관과 조사장이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유가족을 위로하려는 순간 서너명의 유가족이 달려 들었다. 『벌써 이런 사고가 몇번쨉니까. 무고한 생명이 수도 없이 희생당할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더니 이게 그 결과입니까. 사과만하면 그만입니까』 『일가족 4명의 시신도 못찾고 있습니다. 당신 자식이 1명이라도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면 이러지는 못할겁니다』 유족들은 뒤늦게 분향소를 찾은 건교부장관 일행의 멱살을 잡으며 울분을 토했다. 흥분할대로 흥분한 유가족들의 불만이 일순간 폭발했다. 『도대체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시체 발굴은 언제쯤 끝나는지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우리 정부는 무얼하길래 말도 통하지 않는 미국인들의 설명을 들어야 합니까』 『우리 정부는 도대체 누굴 위해 존재합니까』 현지 경찰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유가족들을 몸으로 막는 동안 이장관과 조사장은 도착한 지 10분도 안돼 황급히 호텔을 빠져 나갔다. 이들이 떠난 뒤에도 유가족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분향소에 모여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라가 국민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국민도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거 아닙니까.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게 나라를 이끌어가는 분들의 책임과 의무가 아니겠습니까』 〈괌〓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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