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 너 먼저 나가. 어서』 6일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기에 탑승했던 유일한 일본인인 마쓰다 리카(松田利可·11)는 엄청난 충격과 굉음에 정신을 잃었다가 간신히 의식을 회복한 뒤 어머니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밀려 비행기 밖으로 나왔다. 비행기의 처참한 잔해옆에 주저앉아 있던 소녀. 그녀는 한참 뒤 칼 구티에레스 괌 지사를 비롯한 구조대가 달려오자 울부짖었다. 『엄마를 구해주세요』 그러나 구조대원들은 비행기가 폭발할 것 같아 「엄마」를 구할 수가 없었다. 구조대원들이 리카의 손을 잡고 현장을 떠나는 순간 등뒤의 비행기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리카는 기적적으로 입술이 약간 찢어지고 몸에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다. 시즈오카(靜岡)현 미시마(三島)시 초등학교 5학년생인 리카는 일본인 마쓰다 다쓰오(松田辰雄·45·회사원)와 결혼한 한국인 趙成女(조성녀·44)씨의 외동딸.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의 외가에 들렀다가 귀국길에 괌에서 2, 3일을 보내려다 엄마를 잃는 비극을 당한 것이다. 사고소식을 듣고 놀라 병원으로 전화를 건 아버지에게 리카는 『엄마가 먼저 피하라고 했어』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동경〓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