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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장기이식법 악용소지 없게하라

입력 | 1997-08-05 20:09:00


뇌사인정문제가 법제화단계로 접어들었다. 보건복지부는 5일 뇌사(腦死)를 법적사망으로 인정하고 장기이식의 질서를 규정한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 계획대로 이 법률안이 올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는 우리 의료계에서도 장기이식에 의한 소생(蘇生)시술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오랜기간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관습을 중시하는 문화권일수록 인공적으로나마 아직 심장이 뛰고 호흡이 멎지 않은 상태를 완전한 죽음으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반대의견이 강하다. 우리 역시 그동안 몇차례 공개논의를 거쳤으나 반대여론이 아직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오는 25일까지의 입법예고기간과 국회심의과정에서 종교계 등의 반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뇌사인정은 이제 현실적인 선택의 문제라는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뇌사인정문제는 장기만 이식하면 살 수 있는 사람을 살리자는 순수한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이자 의료기술의 발전과 법률적 사망규정과의 거리를 합리적으로 좁히는 문제다. 비록 시차는 있으나 많은 나라들이 뇌사를 인정해 가는 추세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나라들은 물론 동양권에서도 대만에 이어 최근엔 일본이 장기기증을 전제로 뇌사를 인정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우리의 의료기술은 이미 많은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육신에 관한 의식도 많이 달라져 장기기증을 약속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률로는 심장이 멎기 전에 장기를 떼내는 것이 불법으로 되어 있지만 의료계 자율결정으로 뇌사판정에 의한 장기이식수술이 1백50건이 넘게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제는 뇌사인정여부보다 법의 뒷받침이 없기 때문에 뇌사판정과 장기이식과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사실에 관심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양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악용의 소지를 막을 세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본인 또는 가족의 진정한 의사와 관계 없이 뇌사제도가 악용되거나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을 뇌사로 잘못 판정하는 등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완벽하게 갖추어져야 한다. 입법예고된 장기이식법은 불법 장기매매 처벌규정과 함께 뇌사판정과 뇌사자 장기이식절차 등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뇌사판정은 지정의료기관에서만 할 수 있게 하고 장기이식관리본부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뇌사판정기준을 고의로 위반해 환자를 숨지게 할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게 강한 벌칙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만의 하나라도 허점이 있어서는 안된다. 앞으로의 논의는 그런 허점을 보완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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