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내 최대 우량은행 중의 하나인 독일의 도이치방크가 기아사태를 계기로 한국 재벌기업들에 대한 신용도 재평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국 기업이 지급보증 은행을 도이치방크 등 EU내 우량은행과 한국외환은행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왔던 동유럽국가 정부들은 기아사태 이후 한국계 은행을 지급보증은행에서 제외했다. 도이치방크의 이번 작업은 그동안 국제신용평가기관이 한국 국책은행 등 금융기관이나 국가를 상대로 벌인 신용평가와는 달리 개별 재벌그룹에 대한 금융신용도를 하향조정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재벌기업들의 유럽진출 금융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28일 동유럽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이치방크는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을 받은 지난 15일 이후 한국기업의 설비 수출때 필요한 하자보증료에 대한 지급보증을 당분간 보류한다고 통보했다. 도이치방크가 지급보증을 유예한 이유는 기아 등 한국 재벌기업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 한국 대기업의 신용도를 재평가해 지급보증에 따른 수수료 등을 위험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상향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풀이했다. 루마니아에 진출한 LG정보통신 관계자는 그러나 『도이치방크의 재평가 작업은 내부적인 신용평가 기준으로 사용되며 대외적으로는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은행관계자들은 『한보부도 이후인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도이치방크는 한국 대기업에 대한 지급보증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거래기업의 신용불안요소를 반영하는데 다소 보수적인 독일계 은행이 이번에 신용조정에 나섬으로써 EU지역은 물론 다른 선진국 은행들의 한국재벌에 대한 신용평가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