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럼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도 흔치 않다.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끼리 저녁모임을 가질 경우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으레 2차로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을 찾아 목청껏 노래를 불러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는 교포들도 각종 모임에서 노래를 빼놓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노래나 춤을 좋아하는 것이 우리의 민족성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같은 사실은 각종 문헌이나 역사자료에서도 입증된다. 중국 길림성에 몰려있는 고구려 고분의 벽화에는 거문고나 피리를 연주하는 장면이 단골처럼 등장한다. 신라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갖가지 형상의 토우(土偶·흙으로 빚어 구운 사람인형) 중에도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씨춘추(呂氏春秋)나 논어(論語) 후한서(後漢書)등 옛 중국 문헌에도 우리 민족의 원류인 동이족(東夷族)이 음악에 뛰어났다는 기록이 자주 나온다. ▼음악사를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중국 고대음악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 동이족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최근 광주 신창동 유적지에서 나온 2천년 전의 현악기는 우리 민족의 음악적 재능의 뿌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의미있는 유물이다. 가야금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이 악기는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출토된 현악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우리 선조들이 이미 기원전에 수준높은 음악을 즐기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중국이나 일본악기와의 비교 등 연구결과에 따라 좀 더 정확한 평가가 내려지겠지만 학계에서는 우리 민족의 음악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중요한 유물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이처럼 선조들의 오랜 음악유산에 비해 오늘날 우리 후손들은 전통음악을 찾고 가꾸는 노력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