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75〉 왕의 말을 듣고 보니 그도 그럴 듯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악습이라 할지라도 풍속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이미 몇 차례 확인한 바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입니까? 임금님께서는 백성들을 위하여 성은을 베푸시면 될 것 아닙니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왕은 근심에 찬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지. 그냥 성침을 해주면 그만이겠지. 그런데 말이야, 그런데 나는 삼 년 전부터 일체의 성침을 보류하고 있어. 그렇게 되니 지난 삼 년,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한 사람도 결혼할 수가 없었어』 그제서야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나라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생업마저도 열심으로 종사하지 않는 것이 지난 삼 년, 혼인 길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로군요?』 그러자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바로 그렇네. 그러니까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바로 나한테 있는 거지』 나는 이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진실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삼 년 전부터 임금님께서는 성은을 베푸시기를 거부하였습니까?』 내가 이렇게 다그쳐 묻자 왕은 고통스런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거부한 것이 아니고 보류했을 뿐이야. 그야 어쨌든, 나에게는 현재 스무살 난 공주가 하나 있어. 그런데 삼 년 전, 그러니까 그 아이가 열일곱 살 되던 해 이 나라에서는 가장 명망 있는 집안의 아들로부터 청혼이 들어왔지. 어느 모로 보나 그만하면 훌륭한 신랑감이다 싶어 결혼을 시켰지. 그런데 나는 그날밤, 아무리 내가 국왕이라고는 하지만 딸과 동침할 수는 없더란 말이야. 그런데도 신랑 쪽에서는 성혈이 없는 여자와 결혼할 수는 없다고 하지 않겠나. 예로 부터 성혈이 없는 여자는 노예로 팔려가거나 남의 집 첩으로 가는 것이 보통이었으니까 말이야.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 있겠나? 그때서야 나는 일체의 성침을 무기한 보류하기로 한 거지. 그렇게 되니 딸은 결혼한 지가 삼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첫날밤을 갖지 못하게 되겠고, 그후로 이 나라의 어떤 젊은이도 결혼을 할 수 없게 된거지』 듣고보니 나는 왕의 난처한 입장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래서 나는 말했습니다. 『사정이 정 그렇다면 임금님 대신 다른 사람이 공주님께 성은을 베풀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라도 해서 적체된 결혼 연령의 젊은이들을 하루 속히 결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왕은 수심에 찬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나도 그런 생각을 안했던 것이 아니야. 그래서 중신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어. 그러나 신하들 중에 그 누구도 내 생각에 찬동하는 사람은 없었어. 그들은 한결같이 말하기를 국왕이 아닌 그 누가 감히 성은을 내릴 수 있겠으며, 그렇게 되면 성의 질서가 무너지고 국가의 기강이 흔들릴 거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