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필드」로 불리는 대학살을 주도한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주 지도자 폴 포트가 투항한 것으로 알려져 캄보디아 사태에 중대한 전환점이 만들어졌다.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폴 포트가 투항한 것으로 알려진 크메르 루주 세력이 정부내 두 총리측을 상대로 어떤 협상을 벌일지에 따라 캄보디아내 국내 정치상황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라나리드 1총리와 훈센 2총리의 관계는 최근 밀림지역에 은신중인 폴 포트의 처리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어 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 93년 연정구성이후 「적과의 동침」을 계속해 왔으나 17일밤 수도 프놈펜 중심가에서 두 사람의 지지병력 사이에 2시간여에 걸친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최근 사이가 극도로 악화됐다. 훈센 총리측은 총격전 직후 라나리드와 그가 속한 푼신펙당 지지세력들이 훈센총리에 대한 암살을 기도하다 무력충돌이 빚어졌다고 주장했으나 라나리드측도 훈센 측근인 경찰국장이 라나리드를 암살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이를 입증할 만한 녹음테이프도 가지고 있다고 맞섰다. 이날 총격전이 벌어진 노로돔 블루바드거리는 총리 관저, 외국공관 등 주요시설물이 밀집해 있는 중심가. 총격전에는 자동소총과 수류탄, 로켓포까지 동원됐다. 총격 현장에서 1백m 가량 떨어진 한국대사관과 미국대사관저에도 총알이 떨어졌다. 이날 총격전으로 라나리드 총리의 경호원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총격전 이후 라나리드를 지지하는 캄보디아 경찰국장 및 경찰병력 1백여명이 라나리드의 자택을 경호하고 있으며 훈센 총리를 지지하는 내무차관 및 경찰과 군병력 1천여명은 프놈펜 시외곽을 에워싸고 있다. 이 때문에 수주내로 내전이 재연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과거 폴 포트와 함께 행동하다 결별한 훈센과 시아누크 왕의 장남인 라나리드는 지난 79년 폴 포트 축출이후 줄곧 반내전 상태를 유지해오다 93년 연정을 구성, 가까스로 손을 잡았다. 이제 그들이 폴 포트 투항을 계기로 다시 총격전 이전의 관계로 돌아갈지 주목되고 있다. 〈프놈펜〓정동우특파원·구자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