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베니스는 1년 내내 방문객들로 붐비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다. 여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이곳은 6세기만 해도 각각의 섬들이 먼 거리로 떨어져 있었다. 도시가 번영하면서 베니스인들이 나무기둥을 개펄에 박아 육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계속 섬을 확대하는 바람에 전체가 하나의 섬처럼 되었다. 배끝이 활처럼 휘어져 올라간 곤돌라를 타고 고색창연한 좁은 수로를 누비는 것은 베니스 관광의 백미다. ▼베니스는 한때 동부 지중해를 지배했던 막강한 도시국가였다. 해상무역을 장악하면서 중세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각광 받았다. 특히 14, 15세기에는 그리스 등에 여러 섬을 확보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유명한 산마르코성당이나 두칼레궁은 당시의 영화(榮華)를 엿볼 수 있는 베니스의 대표적 유적이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투르크족의 위세에 밀려 해상의 주도권을 내주고 쇠락하고 만다. ▼오늘날 베니스는 관광산업이 가장 큰 수입원이다. 섬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을 만큼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탓이다. 베니스시측은 관광객들에게 역사유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1895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창설한다. 올해로 47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제로 자리잡았다. ▼이 행사에서 상을 받기 위해 참가국들 사이에 치열한 로비활동이 벌어진다. 수상만 하면 세계적인 작가대열에 드는 것은 물론이고 수상 국가들은 향후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이 미술제에 우뚝 섰다. 93년 白南準(백남준)씨가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95년 全壽千(전수천)씨에 이어 이번에 姜益中(강익중)씨가 특별상을 연속 수상했다. 악조건에서 일궈낸 뜻깊은 수확이다. 우리 미술인들의 뛰어난 재능을 뒷받침할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