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김심(金心)중립」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를 놓고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李會昌(이회창)대표의 사퇴문제를 둘러싼 다른 대선주자진영의 반발과 최근 「세불리기」에 나선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에 쏠리는 비(非)민주계의 따가운 시선을 동시에 수습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대표의 대표직 사퇴여부에 관해서는 청와대는 일관되게 「이대표가 알아서 할 일」이란 입장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이대표가 정치력을 발휘, 하루 빨리 당내분란을 수습해 주었으면…」하고 바라는 눈치다. 실제로 청와대는 최근 경선중립유지 방안으로 △경선기간 중 주례보고 한시(限時)적 중단 △안기부에 경선 및 대선개입 금지 지시 △김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당사를 방문, 「김심 중립」을 거듭 천명하는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또 상당수 관계자들은 이대표가 이달말 사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앞질러 국회 대표연설 직후 거취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주례보고의 한시적 중단이든 대표직 사퇴든 이대표에게 거취결정의 「압력」을 가할 수도, 다른 주자 진영의 요구를 묵살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입장이란 점이 청와대의 고민. 한 관계자는 『대표직을 내놓으라는 세력도 그렇지만 버티는 이대표쪽도 보기 딱하다』고 머리를 저었다. 이에 반해 정발협의 세불리기에 대한 김대통령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4일 김대통령이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통해 거듭 「분파행동 자제」 지시를 한 것도 자칫 민주계가 주축인 정발협의 세확장 움직임이 「김심」의 개입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김심」의 진의를 둘러싸고 청와대 내에서는 분파행동 자제지시가 이대표쪽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보다 「아직은 움직일 때가 아니다」라는 의미란 풀이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김대통령은 지난주 대(對)국민담화 발표 이후 다소 활기를 되찾은 것 같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들의 전언에서 아직은 경선국면에 「김심」이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여운이 짙게 풍긴다. 〈이동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