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가수들이 십대 패션을 주도한다. 인기 십대가수의 옷과 구두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등은 또래 팬들에게 순식간에 퍼진다. 대표적인 예가 힙합 바지.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대중화된 힙합 바지는 급기야 교육부에서 「지도단속」 조치를 할 정도로 폭넓게 퍼졌다. 패션전문가 김은경씨(32·나산 패션연구소 주임연구원)가 진단하는 요즘 신세대 가수 패션은 「미스매치(Mismatch)」. 힙합과 복고 등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통해 거꾸로 개성을 강조하고 일정한 트렌드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신세대가 가수들의 패션을 흉내내는 것은 또래 집단에 대한 귀속 의식의 표현』이라며 『패션은 곧 신세대 문화의 한 면』이라고 말했다. 힙합 바지외에도 가방을 메고 끈에 인형을 매단 것도 한 예다. 이런 차림을 가장 먼저 선보인 이는 「서태지와 아이들」 1집 「난 알아요」 때 코디네이터였던 정보윤씨(26·런던 프라이드 학원장). 그는 『당시 협찬을 받은 프로스펙스 제품이 스포츠 의류여서 댄스곡에 어울리지 않아 악센트를 주려고 고안한 것이 노래와 함께 선풍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가수들의 패션은 자기 노래의 이미지를 담는 그릇. 옷뿐 아니라 분장과 액세서리 등 토털 패션으로 노래의 그림을 그린다. 댄스그룹은 현란하게 튀는 패션, 애잔한 발라드 가수들은 단정하면서 세련된 스타일이 대부분. 또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는 록그룹들은 가죽옷 등으로 거친 이미지를 내세운다. 가수들의 패션은 노래의 인기 순위가 급변하는 만큼이나 수시로 달라진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그만한 실험정신과 개성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 신세대 가수들의 패션은 이처럼 스타의 파급력을 통해 하나의 「문화」를 이루어 간다. 노래와 패션은 대중문화의 첨단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향에 대해 노래와 패션에 담긴 뜻을 알고 입기 보다 10대 특유의 「패거리 바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허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