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92년 대선자금」 문제는 여든 야든 피해 가기 어렵게 됐다. 92년 대선에서 당시 金泳三(김영삼)후보 진영의 대선자금으로 盧泰愚(노태우)당시 대통령의 지원금과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의 거액헌금이 흘러들어 갔다는 사실이 다른 곳도 아닌 검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정적(政敵)관계에 있지만 92년 대선 당시만 해도 민주당 공동대표로 「한솥밥」을 먹던 李基澤(이기택)민주당총재가 『김대중총재의 대선자금은 5백억∼6백억원 정도』라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정국의 뇌관은 당시 김영삼후보의 대선자금. ▼ 「재벌헌금」만 안드러나 ▼ 비록 사정당국 관계자의 비공식 증언이긴 하나 김후보측 대선자금의 큰 줄기로 알려져 온 「노태우 지원금」과 한보자금, 그리고 재벌헌금 등 세가지 중에서 「노태우 지원금」과 한보자금 등 두가지는 사실상 그 실체를 드러낸 셈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은 95년 말 「노태우 비자금」 수사 때 노씨로부터 「상당한 정도 도와줬다」는 진술과 함께 지원액이 「1천억원을 넘지 않는 수백억원대」라는 사실을 밝혀냈을 뿐 아니라 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6백억원 이상의 대선자금을 김후보에게 헌납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태우 지원금과 한보자금만 합쳐도 1천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액수인 만큼 김대통령이나 신한국당은 이제 더 이상 법정선거비용 속에 몸을 숨길 수 없게 됐다. 여기에다 검찰 조사결과 金賢哲(김현철)씨가 대선자금으로 쓰고 남은 1백32억원을 대리인인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를 통해 관리해온 사실과 역시 「김현철 인맥」으로 알려진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운영차장이 김대통령 취임 직후인 93년초 출처불명의 70억원을 한솔그룹에 맡겨 관리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임기 말의 김대통령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다. ▼ 「막다른 골목」 다다른 셈 ▼ 김대통령은 또 당선 직후 상도동 가신(家臣)들이나 민주계 핵심 측근들에게 「선거 위로금」조로 최소 수천만원씩을 나눠줬다는 후문이어서 대선잔여금은 박태중씨나 김기섭전차장이 관리해온 액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신한국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대중총재의 경우도 「5백억∼6백억원의 대선자금」에 대한 출처 등을 밝혀야 할 입장이다. 어쨌든 여야 모두 92년 대선자금이 법정한도를 초과했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뉴스도 논란거리도 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당사자들인 김대통령과 김총재가 각각 실제 사용한 대선자금의 규모와 출처 등을 밝히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그렇지 않고는 누구도 92년 대선자금 문제를 뛰어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