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27〉
『저주받을 놈의 새가 하필이면 나를 이런 곳에 내려놓다니. 아,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그 섬에 그대로 있을 걸 그랬다! 거기에는 그래도 과일과 물이 있었는데 여기는 나무도 과일도 개울도 없어. 그야말로 갈수록 태산이군. 이런 황량한 산골짜기에서는 정말이지 살아남기 힘들겠어』
그렇지만 후회만 하고 있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살 길을 찾아보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다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때 내 눈에 띈 것은 바위 틈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는 한마리의 거대한 구렁이었습니다. 그 구렁이가 얼마나 크고 굵었던지 코끼리도 한입에 삼켜버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나는 그 징그럽고 무시무시한 구렁이를 보자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습니다. 내가 와 있는 골짜기는 그러고보니 온갖 종류의 뱀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었습니다. 뱀들은 대붕이나 독수리들의 습격이 무서워 낮에는 바위 틈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출몰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그 구렁이와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골짜기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다시 한번 나의 행동을 후회했습니다.
『정말이지 나는 경박하기 짝이 없는 놈이야. 그 섬에 그대로 있었으면 이런 위험은 없었을 텐데 공연히 잔꾀를 부리다가 끝내는 뱀의 골짜기에 들어오고 말았구나! 이건 알라께서 내리신 벌이야』
그러구러 밤이 되었습니다. 나는 하룻밤을 지새울 만한 데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마땅한 데가 없었습니다. 아무데나 잘못 들어갔다간 구렁이한테 잡아먹히기 십상이었으니까요. 그날 하루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만 배고픔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이윽고 나는 입구가 좁은 굴 하나를 발견하고 안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다행히 굴 안쪽 입구에는 커다란 돌이 하나 있어서 나는 그것을 굴려다 구멍을 틀어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룻밤은 여기서 안심하고 잘 수 있겠다. 날이 밝으면 곧 일어나 어떤 운명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알아보기로 하지』
이렇게 말한 나는 그러나 다음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굴 안쪽 구석에 커다란 구렁이 한마리가 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나 놀란 나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리고 머리끝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찌할 도리도 없었습니다. 굴을 빠져나가려면 방금 내가 막은 돌멩이를 치워야 할텐데 섣부른 행동을 하다간 자칫 구렁이를 자극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나는 구렁이의 한입거리가 되고 말 형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손 하나 까닥 하지 못하고 앉아 밤을 지새웠습니다.
날이 밝자 나는 동굴 입구로 다가가 조심스레 돌을 치웠습니다. 다행히 구렁이는 나를 노려보고만 있을 뿐 별다른 공격을 해오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나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불면과 공포와 배고픔 등으로 인하여 머리가 어찔하고 다리가 허둥거려 술취한 사람처럼 걸음이 비틀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