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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직접 만든 요트로 「동아일보컵」출전 박형곤씨

입력 | 1997-04-30 19:54:00

박형곤씨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품고 살아간다. 어릴적 가졌던 이루지 못한 소망이 세상사에 지치고 힘들때면 더욱 생각나게 마련이다. 박형곤씨(47). 그는 열여덟살때 품었던 배짓는 꿈을 30년이 지난 뒤에야 실현한 주인공. 2일 부산 수영만에서 열리는 97동아일보컵 한일요트레이스에 첫 출전하는 그의 크루저급 요트의 이름은 「인내」. 4년여에 걸쳐 설계부터 조립까지 모두 그의 손으로 이룬 「인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요트를 건조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열여덟살때. 푸른 동해를 처음 본 뒤였다. 이후 바다에 끌려 외항선을 타기도 했던 그는 생활에 조금 여유가 생긴 지난 91년 평생의 꿈이었던 요트 제작에 들어갔다. 외국에서 전문서적을 수입해 읽고 직접 설계도면을 그렸다. 이미 문 닫은 국내 요트생산업체 창고에 쌓여 있던 자재들을 수입가보다 30%이상 싸게 구입했고 나머지 필요한 부품은 해외에서 20%의 관세를 물고 들여왔다. 동네 공터에서 시작한 작업은 경기 분당으로 이사간 후에도 이어졌고 마지막 1년은 부산에서 작업을 했다. 주위에선 그에게 『미쳤다』고 했고 부친은 『내다 버리라』고 역정을 냈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바다의 꿈이 너무 강렬했다. 기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요트의 앞뒤 곡선을 정확히 맞추는 작업. 또 갑판을 붙일 때 쓰는 접착제의 독한 냄새와 몸체에 쓰이는 유리섬유(FRP)가 날려 일으키는 가려움증이었다. 요트를 만드는데 든 비용은 약 2천만원. 아무리 싼 수입요트라도 2억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10분의1 수준이지만 그동안 들인 정성을 생각하면 20억원을 줘도 팔수 없는 소중한 배다. 그가 「인내」를 타고 오간 거리는 벌써 7백,8백마일. 부산과 충무 사이를 두차례 왕복했고 부산 앞바다는 수차례 돌아다녔다. 외양은 볼품 없지만 성능은 제법 훌륭하다는 것이 그의 자랑. 『사는게 단조롭고 힘들 때 배를 타고 바다로 나서면 비로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인생이란 게 배를 짓는 그런 작업이 아닐까요』 〈부산〓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