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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民 남은10개월/신한국]정보채널 구멍…자신감 잃어

입력 | 1997-04-18 20:15:00


요즘 서울 여의도의 신한국당 당사입구 게시판에선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사진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李會昌(이회창)대표의 행사사진으로 채워졌다. 청와대와 신한국당의 의사소통도 예전같지 않다. 신한국당 관계자들은 『한보사태 이후 김대통령이 한동안 넋이 나간 듯했다』고 말한다. 긴요한 현안에 대해서도 예전처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자신감을 잃은 주 원인은 물론 차남인 賢哲(현철)씨 문제다. 대통령의 측근인 한 민주계중진은 『김대통령은 가장 신뢰했던 정보채널인 「김현철사조직」의 붕괴로 무기력증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한다. 그의 얘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현정부 초기 안기부 기능을 축소하자 국정운영이 짜임새를 잃었다. 일시적인 국정운영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생긴 것이다. 그 틈새에서 「김현철사조직」이 부상했다. 김대통령의 절대적 신뢰에다 사실상 안기부를 장악했던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운영차장)씨의 정보제공은 현철씨를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실세」로 만들었다. 김대통령은 비서실 보고보다 현철씨 보고를 더 믿었다. 「사설안기부」 역할을 해온 「김현철사조직」이 한보사태로 붕괴됐으나 대체할 만한 공조직이나 사조직이 김대통령에게는 없다. 이것이 김대통령이 흔들리는 주요인 중 하나다』 김대통령의 자신감 회복가능성에 대한 신한국당 관계자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심지어 현철씨가 사법처리될 경우 자존심이 엄청나게 강한 김대통령이 대통령직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된다. 김대통령이 당의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특정주자를 명시적으로 지지하거나 민주계에 행동지침을 내리는 등 이른바 「김심(金心)」을 표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민주계 인사들은 「김심」의 위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오랜 세월 김대통령과 고락(苦樂)을 함께 해온 민주계 주류는 결국 김대통령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민주계가 대동단결해 한 길을 걸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계파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대세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