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대표가 지난 12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만나 검찰의 한보관련 정치인 조사를 월내에 끝내 주도록 건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여측은 여전히 진퇴양난에 처한 모습이었고 야권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외압(外壓)을 중단하라』며 이대표에 대한 공격을 퍼부었다. ▼ 신한국당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은 14일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신한국당은 이날 『정국안정과 민생수습을 위해 빠른 시일내에 정치인 조사가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뜻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李允盛(이윤성)대변인은 이날 공식논평을 통해 『실체적 진실규명 차원에서 검찰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추호의 변함이 없으며 검찰 수사에 개입하거나 수사축소 등 오해를 불러일으킬 의도도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지도부는 여당이 검찰의 한보수사에 개입하는 인상을 준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은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그래서 당이 검찰수사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라고 말했다. 또 민주계의 「음모설」을 가라앉히기 위해 조속수사종결을 건의했던 이대표 진영은 이대표의 「법대로」 이미지가 손상될 것을 걱정하면서 『민주계측이 가늉덧도 않은 「음모론」을 제기하는 바람에 일이 꼬이게 됐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 야권 ▼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은 이날 여권내의 한보수사 조기종결 움직임에 대해 일제히 「정치외압」이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야권은 특히 이 기회에 이대표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듯 『이대표는 자신의 대선행보에 유리한 방향으로 현정국을 끌고 가기 위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자민련의 沈良燮(심양섭)부대변인은 『이대표는 민주계를 초토화하고 있는 검찰수사를 속으로는 즐기면서 겉으로는 민주계를 위하는 체하는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권은 또 『정치인의 자금수수 뿐 아니라 관료의 뇌물수수, 「몸통」의 비자금수수 등 모든 것을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며 검찰을 몰아붙였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검찰이 金賢哲(김현철)씨 등에 대한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정치인들을 「제물」로 삼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야권내에도 대대적인 검찰수사가 정치권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은근히 조기수습을 바라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최영묵·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