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보탓 해외출장 가기 싫어요』…한국 이미지 먹칠

입력 | 1997-04-12 20:05:00


지난달 말 호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오모씨(29)는 귀로에 마음이 무거웠다. 호주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못들고 얼굴을 붉힌게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에 지금 난리가 났느냐』 『너희 나라에서 살기가 불안해서 이곳에 온거냐』는 등의 질문을 퍼붓는데 대해 마땅히 할 말이 없었던 것. 오씨는 『친정이 번듯해야 시댁에서 당당할 수 있는 법인데 국내상황이 엉망이니까 외국에서 제대로 기를 펼 수 없더라』고 말했다. 일 때문에 해외출장을 가는 사람들은 어지러운 국내정국이 여간 원망스러운게 아니다. 지난달 동남아를 다녀온 쌍용그룹 黃郁(황욱·32)대리는 『바이어들이 불안한 한국정치상황과 경제사정을 들먹이며 협상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고 해 애를 먹었다』며 『회사를 믿어 달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L기업 유모씨(34)는 이달초 프랑스출장을 갔다가 호텔직원이 최근의 한국상황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보는 바람에 「창피」를 당한 후 시내관광을 가서는 아예 일본인 행세를 했다. 유씨는 『나도 잘못했지만 외국에서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게 만든 사람들이 정말 원망스럽다』고 목청을 높였다. 더구나 북한의 식량난까지 겹쳐 「코리아」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나빠졌다는게 최근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 지난주 스웨덴을 다녀온 회사원 천모씨(32)는 그곳에서 만난 한 공무원이 『북한사람들은 굶어 죽어간다는데 같은 민족인 너희들은 엄청난 뇌물이 오갈 만큼 돈이 넘치느냐』고 말해 고개를 제대로 들 수 없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외국인을 자주 상대하는 사람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 신라호텔 프랑스식당 「라 콘티넨탈」 崔永吉(최영길·39)과장은 『외국손님들이 TV에서 본 한보청문회에 관해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얼굴이 화끈거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전에는 손님이 한국에 대해 뭐든지 물어와도 자신있게 대답했는데 이젠 청문회 질문이 나올까봐 이쪽에서 먼저 다른 얘기로 화제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