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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의 선택]왜 하필 골프장 사려 했을까

입력 | 1997-04-12 08:22:00


검찰이 金賢哲(김현철)씨의 실질적인 자금관리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李晟豪(이성호)씨는 왜 골프장 매입을 추진했을까. 또 골프장 매입자금은 어디서 나왔을까. 검찰은 이 부분이 밝혀지면 현철씨와 이씨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 일가족은 지난 95년 12월 주력기업인 대호건설의 지분(1백53만9천2백43주·33.13%)을 모두 처분했다. 처분이유에 대해 이씨의 부친인 李鍵(이건)전대호건설 회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L변호사는 『건설경기도 퇴조하고 사업전망도 어두워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이로부터 불과 1년도 안돼 뉴코리아 골프장 매입을 추진했다. 또 경기 광주군에 골프장 부지를 실제로 매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재계와 골프장 업계에서는 이씨의 이같은 「선택」이 기업의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씨가 매입을 타진했던 뉴코리아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은 돈을 벌려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이득이 없는 장사다. 1천억원을 투자해도 연간 매출은 1백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의 골프장 매입 시도는 그의 사업활동의 연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은 돈을 묵혀두려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투자상품이다. 기업은 계속 경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골프장은 땅값과 골프인구의 폭증으로 재산유지에는 적격이다』고 덧붙였다. 검찰도 주목하고 있는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검찰은 이씨의 골프장 매입관련 자금이 바로 「묵혀두고 싶은」 성격의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 자금을 추적할 경우 현철씨의 관련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의 출처도 의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씨의 가장 큰 자금줄은 대호건설. 그러나 대호건설은 최근 4∼5년간 당기순익이 15억∼20억원에 불과했다. 95년 12월 대호건설을 수산중공업에 팔 때 받은 매각대금은 3백20억원. 그러나 이는 이씨 일가족 4명의 지분매각분을 전부 합한 것이다. 또 이 돈이 전부 그들 개인소유로 갔다고 보기도 어렵다. 수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기업을 매각할 때는 정산해야 할 부채도 있기 때문에 매각대금이 전부 개인소유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밖에 세미냉장을 소유하고 있지만 이 회사는 95년 매출액이 49억원에 불과한 영세업체다. 수백억원의 자금이 나올 뚜렷한 근거가 아직 없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점으로 미뤄볼 때 이씨의 자금 출처와 사용처(골프장 매입)에 모두 의혹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