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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어느 기념비」

입력 | 1997-04-08 08:01:00


민중시인으로 활약해온 고은씨가 「민주화」의 구호가 사라진 시대후의 시적 정치적 반성을 시어(詩語)로 집약한 작품집. 평론가 김우창씨는 『과거에 대한 집착, 특히(민중문학이) 과거에 이룩한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려는 몸짓이 이 시집의 중요한 주제의 하나』라고 말한다. 이는 또한 시인이 자신의 시적 업적 혹은 시에 대해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일 수 있다. 「지나간 날들의 군림조차/한갓 티끌인 오늘/드넓은 초원 전체에서 일어나는/어느 일도/아랑곳하지 않은 채/(…)커다란 생애로/먼데 바라보고 있다/슬픔 하나 없이」(「사자」일부). 시집 곳곳에서 드러나는 술회는 세상의 영고성쇠 법칙을 쓸어 안은데서 나온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윤회와 불교적 공(空)의 철학을 딛고 있다. 고은 지음(민음사·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