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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모든 의혹 밝히는 청문회로

입력 | 1997-04-06 19:56:00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가 마침내 오늘부터 주요 증인들을 신문하는 25일간의 청문회에 들어간다. 한보와 金賢哲(김현철)씨 의혹의 핵심을 다루는 만큼 여기에 쏠리는 국민의 관심과 기대는 크다. 때문에 여야 특위위원들은 제기된 모든 의혹을 있는 그대로 파헤치겠다는 소명의식에 투철해야 한다. 지난 2주간 지지부진했던 관계기관조사의 연장이어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이번 청문회는 한보에 5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의 특혜대출을 가능케 한 외압의 실체와 그 「몸통」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자면 「정태수리스트」의 내용부터 따지고 파고들어야 한다. 이번에도 「깃털」만 붙잡고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현철씨의 한보연루 의혹과 국정개입 실상을 밝히는 것이 이번 청문회의 핵심중 핵심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진상을 낱낱이 가려내 국민앞에 공개해야 한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온 그런 월권과 국정농단이 다시 없게 하기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본란이 누차 강조해왔듯이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더 봐줄 것도 덜 봐줄 것도 없다. 세간에는 그가 한보비리의 「몸통」이라는 의혹이 널리 퍼져 있다. 92년 대선자금의혹 또한 이번 청문회의 성역일 수 없다. 한보특혜도 결국은 그때의 대선자금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른바 원죄론이 팽배해 있다. 민감한 사안의 뇌관을 건드리기가 겁나 적당히 다루고 의혹을 남긴 채 뚜껑을 덮어버린다면 다음 정권때 다시 청문회를 열어야 할지 모른다. 여야 특위위원들은 이번 청문회의 목적이 첫째도 둘째도 한보와 현철씨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청문회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된다. 당리당략에만 집착해 여당측은 소극적 추궁이나 두둔에 신경을 쓰고 야당 또한 무작정 공세에만 열을 올릴 경우 모두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위원들은 국민이 TV생중계를 지켜보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호통이나치고 인기몰이에 집착하는 위원이 있다면 그는 청문회의 스타가 되지 못한다. 증거와 논리로 날카롭게 파고 드는 진지한 노력을 보일 때라야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증인들도 마찬가지다. 거짓말로 발뺌만 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며 「두번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난 88년 5공청문회는 여야 말싸움으로 보고서 하나 내지 못하고 말만의 잔치로 끝났다. 이번 청문회가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다음 세대를 위해 사회를 정화시키고 정치발전에 유용한 제도를 정착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는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