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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김영철/벤처기업 육성 환경부터 조성을

입력 | 1997-04-03 08:52:00


강경식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팀은 「경제 살리기」 대책의 하나로 벤처기업 적극육성을 제시했다. 이는 과거 중소기업의 보호와 육성이란 이상적인 정책에서 한걸음 진보된 내용으로 사업성 있는 중소기업만을 적극 육성해보겠다는 새로운 결심이 아닌가 한다. 지금껏 구호에만 그쳤던 정부의 경제정책이 좀 더 현실성 있는 중소기업 육성정책으로 발전돼 우선 환영할만한 슬로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처한 경제문제가 정부의 경제정책 궁핍에서 온 것만은 아니겠다. 하지만 이번만은 좋은 결실을 보았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경제정책이 즉흥적으로 수립되고 일관성없이 추진돼 결과가 흐지부지된 경우가 허다하지 않았던가. 사실 중소기업 육성에 필요한 것은 어떤 새로운 정책제시보다 어떤 정책이든 프로그램이 집행됐을 때 실수없이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부조리한 우리의 기업환경 때문에 피해보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전자산업 자동차산업에서 다량으로 사용되는 신소재가 티탄산 바륨이다.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이 신소재를 이제 국내에서도 다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바로 통상산업부의 지원으로 기업이 아닌 두 젊은이에 의해서 국내 최초로 개발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말 어렵게 투자자를 만나 40대 60이라는 투자비율로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그리고 급히 경북 포항시 외곽에 작은 공장을 임대해 생산설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국내 전자부품 생산업체들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신소재를 국산품으로, 그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납품을 재촉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공장가동이 늦어져 납품기일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지난주에야 겨우 시제품을 생산, 3개 업체에 인도할 수 있었다. 공장에 전기가 가설되지 않아 발전기에만 의존해 생산에 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공장에는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한전이 전력공급을 위해 공장건물 앞에까지 전봇대를 세웠는데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지방국토관리청이 사전허가 없이 국유지에 전봇대를 세웠다는 이유로 한전에 전봇대 철거통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이 벤처기업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바로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중소기업인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아직도 한전과 국토관리청이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데. 김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