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은 형 조엘이 맡고 제작은 동생 에단의 몫이다. 그리고 각본은 형제가 같이 머리를 맞댄다. 지난 84년 「블러드 심플」을 시작으로 우리는 영화제작의 새로운 민주적인 협동체제를 실험해 온 코엔 형제의 신작들과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해 왔다. 이 재능있는 형제의 여섯번째 작품 「파고」는 실제 일어난 범죄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어떤 픽션보다도 드라마틱하다. 또 그들의 장기인 날아다니는 카메라와 고등수학을 방불케 하는 편집 없이도 독창적인 스타일로 번득인다. 드디어 코엔 형제가 단순함 속에서 세상과 인간의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걸작을 만들어 낸 것이다. 파산 직전인 한 자동차 세일즈맨이 청부업자들을 고용해 자신의 아내를 유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돈많은 장인으로부터 몸값을 받아내려는 것이다. 유괴에는 성공했지만 세상사는 만사에 함정 투성이. 잔인하고 미련한 범인들에 의해 시체는 쌓여가고 이 황당한 지옥 속으로 임신 7개월의 시골 경찰서장 마지가 들어오는데…. 이야기는 어찌 보면 신문 사회면에서 익히 대했던 범죄사건이며 특색이라 해봐야 사건이 미국 중북부의 설경에서 펼쳐진다는 정도다. 영화는 필름 누와르에 기초하고 있지만 하나의 장르에 함몰되지 않는다. 새타이어와 코미디 그리고 서스펜스가 솜씨 좋게 교차되고 마침내 「코엔표」 영화가 창조된다. 인간의 탐욕과 미련함이 빚어낸 모든 악행을 해결하고 나서 주인공 마지가 낮게 중얼거린다. 『돈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어』 그리고 고작 3센트짜리 우표용 그림에 당선된 자신의 남편을 위로한다. 『우표값이 오르면 3센트 우표도 필요하게 될거야』 그때 우리 모두가 유치원에서부터 배워왔지만 잊고 살았던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진리가 드러난다.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연기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정도에 그쳐서는 안될 정도로 뛰어나고 그밖에 「미련하고 우스꽝스러운」 남자들의 개성적인 연기도 다 살아있다. 「파고」. 코엔 형제는 할리우드 대작영화의 겨우 10분의1 수준인 7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가지고 고향 미네소타의 뒷마당에서 그들의 재능을 가장 간결하면서도 깊이있게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강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