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묵 기자] 申樂均(신낙균)부총재가 원외(院外)인 金大中(김대중)총재를 대신해 읽은 20일 국민회의의 국회대표연설은 두가지 골격으로 이루어졌다. 첫째는 한보사태에 초점을 맞춘 현정권의 비정(秕政)질타이고 둘째는 경제회생을 위한 처방제시였다. 연설의 무게는 물론 압도적으로 한보사건의 성격규정 의혹제기 해결책제시 등 「한보」문제에 실려 있었다. 신부총재가 이날 현시국을 「총체적 위기」또는 「파국직면」으로, 그 원인을 金泳三(김영삼)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의한 정치」로, 한보사건을 「건국이래 최대의 권력형 비리」로 지적한 것은 기존입장의 되풀이이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국회연설 때와는 달리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최대한 활용, 시중에 나도는 갖가지 한보관련 「설(說)」과 「소문」들을 여과없이 공표하면서 김영삼대통령과 김대통령의 차남인 賢哲(현철)씨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은 대목은 주목할만하다. 신부총재는 연설에서 지난 91년 수서사건 당시 김대통령(당시 민자당대표최고위원)의 거액수수설 등을 제기한 뒤 한보사건의 궁극적인 책임은 김대통령이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철씨에 대해서도 신부총재는 『대통령이 「김현철」이라는 성역의 벽을 더욱 높여 국정혼란과 민심이반을 야기했다』면서 김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을 요구했다. 국민회의측이 이번 국회연설을 사실상 「폭로문서」 「대여(對與)전면전 선전포고문」의 성격으로까지 끌어올린 배경은 자명하다. 최근 잇따라 터져나오는 黃長燁(황장엽)망명, 李韓永(이한영)씨 피격, 鄧小平(등소평)사망 등 「외생(外生)」 대형이슈 때문에 한보사건이 묻혀버리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김대중총재가 그동안 당내에 내려놓았던 「2세(김현철씨)문제거론 자제」 방침을 거두어들인 것은 또다른 시각에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정치적 측면 뿐아니라 인간적 측면에서까지 김대통령과의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국회연설은 양김관계사에 하나의 가시적인 분수령으로 풀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