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95〉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다섯번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 아름다운 젊은 부인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노파의 말에 형은 귀가 번쩍 띄어 말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분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노파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봐요, 그분은 당신한테 은근히 반했다는 걸 당신은 눈치도 채지 못했소? 그 분은 아주 부잣집 부인이랍니다. 어쨌든 당신 소원을 이루어줄 테니까 돈을 가지고 날 따라와요. 미리 일러두지만 그분을 만나면 한껏 구슬리시오.공손한 말씨로 그분의 마음을 사로잡도록 하란 말이오. 그렇게 하면 고운 얼굴이며 돈이며 실컷 즐길 수 있을 거요」 형은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이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모두 몸에 지니고 노파를 따라갔습니다. 노파는 형을 데리고 어디론가 자꾸 걸어가더니 이윽고 어느 커다란 저택 앞에 이르렀습니다. 문을 두드리자 그리스 태생의 계집노예가 나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노파는 앞장 서서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너무나도 훌륭한 양탄자를 깔고 갖가지 벽포를 둘러친 커다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형은 어리둥절해하는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노파 곁에 앉았습니다. 이윽고 주인 여자가 너무나도 화려한 옷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그 여자를 보자 형은 그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했습니다. 그 손짓은 형에게 자리에 앉도록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형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여자는 사뿐사뿐 형에게로 다가와서는 나부시 절을 하였습니다. 세상에서도 보기 드물만큼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절을 하자 형은 얼떨떨하기만 했습니다. 절을 하고 난 여자는 문을 닫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시녀들과 노파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형과 여자, 이렇게 두 사람만 남겨졌을 때 여자는 형의 손을 잡더니 온갖 비단과 황금의 천으로 장식된 침실로 형을 이끌었습니다. 형은 몸이 달아올라 숨이 다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형이 자리에 앉자 여자도 곁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는다, 입을 맞춘다, 상대의 몸을 어루만진다 하면서 잠시 희롱하였습니다. 그윽한 꽃 향기가 풍겨나는 젊은 여자와 이렇게 하고 있으려니까 형은 정욕으로 몸이 달아올라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습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이 자리를 뜨면 안됩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여자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형은 시키는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잠시 앉아 있으려니까 뜻밖에도 몸집이 커다란 흑인노예 한 사람이 시퍼런 칼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무시무시했던지 형은 온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 괘씸한 놈, 누가 여기 들어오라고 했어? 무슨 일로 왔어?」 흑인노예는 형을 굽어보며 이렇게 소리쳤고 형은 입이 얼어붙어 한마디 대꾸도 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