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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망명/北,망명 묵인시사]전문가 시각

입력 | 1997-02-18 20:11:00


▼ 권민웅 北문제조사연구소장 ▼ 황장엽비서 망명을 더이상 막을 수 없다는 북한의 현실인식이 망명수용으로 태도를 바꾸게 했다. 중국과의 교섭이나 국제관례 등을 볼 때 억지를 부리는 데도 한계가 있고 자칫하면 국제적 망신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고려를 한 듯하다. 다만 북한은 황비서의 즉각적인 한국행은 한사코 거부할 것으로 본다. 『갈테면 가라』는 발언에는 『남조선으로는 빼고…』라는 말이 생략돼 있다고 봐야 한다. 차선책으로 미국이나 다른 제삼국으로의 망명은 용인하겠다는 복선이 깔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신상옥 최은희부부가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 머물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제삼국행은 중국 미국 북한 사이에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진 일로 생각된다. 황비서 망명사건은 미국행으로 일단 매듭을 짓고 그를 후에 한국으로 데려오는 문제는 남북관계, 미국의 입장, 한국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간을 갖고 처리하게 될 공산이 크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숙청 등을 통해 권력재편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 박성훈 통일원 제1분석관 ▼ 북한이 황장엽비서의 망명을 수용할 듯한 입장을 밝힌 것은 전반적인 상황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망명길에 오른 황비서 문제를 잡고 늘어져봐야 국내외적으로 얻을 것이 별로 없다고 본 듯하다. 내부적으로는 상층부가 동요하지 않을까, 주민들이 알게 되지 않을까 두려울 것이고 국제적으로는 북한체제의 허약성이 드러나는 것을 겁낼 것이다. 북한은 이런 문제들을 회피하면서 사태를 조기에 조용하게 수습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북한은 이번 사건이 「납치」가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해결책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이 「납치주장」에서 「망명묵인시사」로 급선회한 또다른 이유는 식량문제 해결과도 관련된다고 본다. 북한이 잠수함사건 때처럼 이번에도 억지주장을 계속하면 최근 활발해진 국제기구의 대북식량지원 움직임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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