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로 빨래를 하면서 아버지를 생각한다. 이제는 볼 수도 부를 수도 없이 멀리 떠나신 그리운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어머니는 어느날 세탁기를 사가지고 오셨다. 아버지를 보듯이 쓰라고.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으로 딸 다섯에게 골고루 필요한 물건을 사다주신 것이다. 사고를 당한 뒤 돌아가시기까지 5개월동안 한번도 옆으로 돌아누워보시지도 못하고 고통을 당하셨는데…. 나는 장사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몇번밖에 가뵙지 못했다. 가끔 정신이 드시면 셋째딸이 보고 싶은데 왜 안오냐고 하셨다던 아버지. 서울의 낯선 병원에서 꿈속에서조차 집에 가고 싶어하셨던 아버지는 끝내 집에 못오시고 추운 겨울날 우리곁을 떠나버리셨다. 그 많은 슬픔들을 우리는 어떡하라고. 평생을 곧이 곧대로 외롭게 사셨던 아버지. 불러만 봐도 눈물이 나고 가슴 아프다. 그렇게 허무하게 꿈처럼 가실 것을 왜 그리 어렵게 사셨는지. 이제야 아버지의 사랑을 이해할 듯하다. 바다보다 깊고 넓은 사랑이었는데 어릴 때는 아버지가 무서워 빨리 돌아가셨으면 하고 바랐던 적도 있었으니…. 어버이 살아계실 때 섬기기를 다하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에 맺힐줄이야. 김영남(강원 삼척시 남양동 331의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