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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참여연대, 은감원앞 「한보시위」

입력 | 1997-02-06 18:55:00


[이명재기자] 설연휴를 하루 앞둔 6일 정오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은행감독원앞.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회원과 시민 20여명이 한보그룹 특혜대출에 대한 은행감독원의 책임을 묻는 규탄집회를 열고 있었다. 「기업에겐 특혜금융 국민에겐 고통분담」. 「권력형 대출에 파산지경 국민경제」. 국민의 「분노」를 담은 갖가지 피켓을 든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쳤다. 『한보사태가 터진 것은 은행을 지도감독하는 은행감독원이 직무를 유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도 은행감독원장은 「신용만으로도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보철강 대출은 별 문제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서민들이 단돈 몇백만원 빌리려고 해도 콧대가 높기만 한 은행이 재벌에는 무한대출을 해줬습니다』 참석자들의 질타가 계속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국민들의 괴로움을 표현한 공연이 벌어졌다. 「샐러리맨」 「중소기업가」 「주부」 「학생」으로 분장한 4명이 라면박스 10여개를 검은천으로 싼 「돈상자」를 힘겹게 짊어지느라 낑낑대는 표정을 지었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이 장면을 단순한 「연기」로만 보는 것 같지 않았다. 회원들이 나눠주는 유인물을 유심히 읽어보거나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보기도 했다. 『집회를 한다고 은감원측에 알려주자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이러느냐」고 항의했습니다. 아니 은행을 실질적으로 지도감독하는 은감원이 힘이 없다면 도대체 그 힘은 누가 갖고 있는 겁니까. 「높은 분」 말 한마디면 규정이고 뭐고 헌신짝 버리듯 하는 구조적 병폐를 고쳐야 합니다. 그래야 제2의 한보사태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朴元淳(박원순)변호사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부정부패가 되풀이돼야 하는 것이냐』고 답답해 했다. 은감원 입구에는 대여섯명의 직원이 나와 서성거리고 있었다. 은감원에 쏟아지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아느냐고 묻자 이들은 『할말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