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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화제]70세에 방송대 졸업 송세명씨

입력 | 1997-01-24 20:14:00


[李寅澈기자] 지난 20일 고희를 맞은 송세명씨(70·국제화재 근무)는 요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힘들게 시작한 「늦깎이 공부」가 결실을 맺어 내달 28일에는 꿈만 같은 대학졸업장을 손에 쥐게 되기 때문이다. 85년 방송대 영어과에 입학, 12년만에 졸업하는 송씨는 올해 졸업생 1만3천명 중 최고령이란 기록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과정인 상업실수학교를 마친 게 학력의 전부였던 송씨.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뛰면서 노력한 끝에 본사 과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지만 이때 받은 설움과 충격이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했다. 과장 35명 중 중졸 학력은 혼자 뿐이었다. 이 때문인지 번번이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등 학력차별의 쓴맛을 보았다. 78년 눈물젖은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옮긴 뒤 82년 방송통신고에 입학했고 3년만에 졸업했다.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어려움이야 각오했지만 교련시간의 기억만은 지금도 생생하다. 수차례 사선을 넘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에게도 교련은 필수과목. 50이 넘은 나이에 아들뻘 되는 학생들 틈에 끼어 「하나 둘」 구령을 하며 집총제식훈련을 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곧바로 방송대에 진학했지만 대학과정은 역시 여의치 않았다. 밤늦도록 라디오방송과 씨름하며 녹음테이프를 수없이 반복해 들었다. 매일 라디오만 듣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들로부터 『혹시 간첩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92년에는 고혈압으로 쓰러져 학업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자식들도 『이제 좀 편하게 지내세요』하며 만류했지만 꺼질줄 모르는 송씨의 향학열에 두손을 들었다. 송씨는 『내 졸업장은 그동안 소리없이 내조해온 아내가 받아야 한다』면서 『내친 김에 올 가을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며 나처럼 공부가 늦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만학동우회」를 설립, 장학사업을 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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