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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69〉 자신의 이야기를 끝낸 재봉사는 왕에게 말했다. 『현세의 임금님이시여! 수다쟁이 이발사 때문에 신세를 망쳐버린 아름다운 젊은이의 이야기가 꼽추 이야기보다 더 기구하지 않습니까?』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의 이야기는 과연 앞의 세 사람, 나자레인 거간꾼, 요리장 그리고 유태인 의사의 이야기보다는 좀 색다르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의 목숨을 살려주느냐 마느냐 하는 것을 결정하기에 앞서 그 수다쟁이 이발사란 자가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한번 만나봐야겠다』 이렇게 말한 왕은 호위병들을 향하여 지금 당장 그 이발사를 잡아오라고 명령했다. 그리하여 호위병들과 재봉사는 감옥으로 달려가 이발사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 이발사는 뜻밖에도 아흔 살이 넘은 늙은이가 아니겠는가. 얼굴빛은 검고, 수염은 새하얗고, 눈썹까지 하얗게 세었는데 귀는 축 늘어지고 코는 주먹만큼이나 크고, 바보같은 멍청한 표정에 오기가 여간 아닌 얼굴이었다. 왕은 그 익살맞은 생김새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여봐라, 이발사! 그대는 엄청난 수다로써 바그다드의 아름다운 젊은이 한 사람의 신세를 망쳐놓았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 그러자 이발사는 말했다. 『알라께 맹세코 모두 사실입니다. 다만 그분이 날 오해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그 젊은이가 그대를 오해하고 있다고?』 왕은 이발사를 향해 되물었다. 그러자 이발사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말했다. 『제가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했던 것은 친절과 상식과 관대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제가 없었던들 그분은 벌써 신세를 망쳤을 것입니다. 무사히 재난을 모면한 것도 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리는 부러져도 목숨이 살아남은 것은 불행중 다행이 아니겠습니까. 만일 제가 수다스럽고,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거나, 공연한 간섭이나 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분께 그처럼 친절하게 대해 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듣고 있던 왕은 이발사의 그 궤변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데도 이발사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럼 제 신세 이야기를 좀 들어보십시오. 이 이야기를 들어 보시면 제가 말이 없고, 주제넘은 짓은 조금도 하지 않고, 저의 여섯 형들과는 전혀 다른 인품을 타고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이야기란 이렇습니다』 이발사의 이 그침없는 말에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한번 이야기해보라』 그리하여 이발사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했다. 저는 교주 알 무스탄실 비라께서 다스리는 바그다드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미 임금님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그분은 전교주 알 무스타지 비라의 아드님이십니다. 그분은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고 학문있는 사람이나 신앙심깊은 사람들과 가까이 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