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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스케치]장관들 『토론프로는 질색』퇴짜 일색

입력 | 1997-01-13 20:43:00


「琴東根기자」 「Very Important Person」의 머리글자를 딴 VIP. 흔히 지위가 높은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방송가에서는「Very Inaccessible Person(접근하기 힘든 사람)」으로도 풀이될 법하다. 출연 섭외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가에서 VIP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은 국내외 국가원수들이나 장관급 정도. 섭외에 가장 애를 먹는 프로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토론프로다. KBS1 「생방송 심야토론」(토 밤11.00)의 한 관계자는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프로라서 그런지 장관들을 모시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섭외창구인 각 부처 공보실에서 아예 『장관님이 거길 어떻게 나갑니까』라는 식으로 퇴짜를 놓는 경우도 많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예전에 몇몇 장관들은 토론 프로에 적극 참가, 치밀한 자기 논리로 상대 패널을 제압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KBS1 「정책진단」(일 오전7.30)은 섭외가 비교적 수월한 편. 우선 녹화방송이라는 점과 프로 성격상 해당 부처의 정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섭외과정에서 「OK」가 떨어지더라도 제작진으로서는 준비해야할 일이 많다. 우선 질문요지를 공보실로 보내 「사전 정지작업」을 거쳐야한다. 이 과정에서 「이런 내용은 좀 피해달라」 「이 건은 이런 식으로 대화를 전개했으면 좋겠다」는 등 공보실의 요청을 놓고 제작방향에 따라 조율을 한다. 녹화가 끝난뒤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때 한 말 가운데 그 얘기는 뺐으면 좋겠다」는 등의 주문을 해오기 때문. 한 관계자는 『「그쪽」의 의견은 의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프로 제작상 꼭 필요한 내용은 어떤 요청이 있더라도 집어넣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생방송을 원칙으로 하는 KBS1 「뉴스라인」(월∼금 밤11.00)에서도 VIP가 출연할 때는 미리 녹화를 한다. 장관급이 출연하면 보도국 간부들이 녹화현장에 찾아와 제작 현장을 지켜보며 이런 저런 의견을 내놓는 등 「특별한 관심」을 표명할 때가 많다. 생방송을 할 경우의 「위험한 상황」은 지난 연초 MBC의 한 뉴스에서 잘 드러났다. 뉴스에 출연한 장관이 생방송이라는 사실을 깜빡한 채 『아 그건 이렇게 질문해주세요(장관) 장관님 지금 방송이 나가고 있습니다(기자)』라는 대화가 그대로 방송되는 해프닝을 빚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