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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회안정 따뜻한 손으로

입력 | 1996-12-18 20:48:00


이웃돕기와 관련하여 어긋나는 2건의 보도가 세밑을 우울하게 한다. 평생 모은 50억원의 재산을 사회단체에 기증한 어느 80대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삼 우러러 보는 까닭은 그런 결단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웃돕기를 내세워 사기를 친 사례가 들려온다. 불우이웃돕기를 빙자해 1억원의 기금을 가로챈 유령 자선단체 대표가 검거되었다는 보도는 같은 무게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세태의 명암(明暗), 자선(慈善)의 사회적 의미를 다시 생각케 하는 세밑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는 근본적으로 이기주의(利己主義)에 바탕을 둔 경쟁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만인의 권리와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근대 시민사회가 이기적인 개체(個體)의 끝없는 갈등을 조정하며 자율적인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될 수 있게 기여한 것의 첫째는 민주적 정치제도다. 민주적 정치제도는 한 공동체 안의 서로 다른 이해를 타협과 다수결원칙으로 조정함으로써 그 공동체의 활성과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정치적 조정과 함께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하는 더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비록 정치적으로 타협과 안정이 이루어졌다 해도 한 공동체가 진정으로 갈등을 해결한 상태가 되기 어렵고 언젠가는 그 안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늘진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은 한 사회를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통합하고 안정시키는 또하나의 연결고리다. 나의 권리와 행복에만 안주하지 않고 불우한 타인의 권리와 행복도 함께 헤아리는 마음이야말로 한 공동체를 믿음으로 통합하고 사람 사는 사회답게 하며 진정으로 안정시키는 연결고리인 것이다. 50억원의 큰 재산을 길음종합사회복지관에 기탁한 李種大(이종대)옹에게는 두 아들과 딸 하나가 있다. 그러나 이옹은 그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보다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과 노인, 배움이 필요한 어린이를 위해 써달라고 선뜻 내놓았다. 나와 내자식만을 생각하기 쉬운 세태에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자 사회의 귀감이다. 그러나 한편 한 유령 자선단체가 이웃돕기를 구실로 자선기금 1억원을 가로챌 수 있었던 것은 불우이웃을 돕는 체제가 바로 정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범인의 엄중처벌은 물론 자선활동에 비리가 끼여들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자선을 빙자한 횡령은 자선운동 전체에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자조(自助) 자선의 마음을 식어 버리게 한다. 자선단체의 의무적인 등록과 협의체구성 등을 통해 자선활동내용을 자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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