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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한국마정사」-『말은 국력의 상징이다』

입력 | 1996-11-13 20:36:00


「李光杓기자」 「나라의 강약은 말(馬)에 달려있으므로 임금의 부(富)를 물으면 말을 세어서 대답한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권125). 「나라의 중요한 것은 군사요 군사의 소중한 것은 말」(「태종실록」 권18)이었기 때문이다. 40여년을 말 연구에 바쳐온 「말박사」 남도영 동국대명예교수(74)가 우리의 마정(馬政·말을 생산 사육 관리 보급하는 국가정책 또는 그 기구)을 국내 최초로 집대성한 「한국마정사(馬政史)」(한국마사회 마사박물관 발행)를 보면 우리 역사에서 말이 왜 국력의 상징이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청동기시대부터 말을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식용 군사(軍馬) 교통(驛馬) 통신(擺撥馬) 농경(農馬) 운반(馱馬) 교역(交易馬) 외교(朝貢馬)등에 유용하게 이용해 왔다. 또 말가죽 말힘줄 말꼬리 말갈기등은 활 신발 아교 갓 등의 군수 및 일용품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이처럼 말과 함께 이어져 왔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시각이다. 마정의 본격적인 발달은 삼국시대부터. 기마전의 보급으로 말이 승패의 관건으로 작용하자 말의 관리문제가 국가적 관심사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의 정치 군사적인 면 뿐만 아니라 말의 가격, 사육과 관련된 일반 백성의 부담, 조선시대 목장의 실태와 말생산 기술, 말을 기르는 사람들의 지위문제 등 일반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말을 통해본 역사서」 역할도 해내고 있다. 조선시대 말 한필은 노비 3명과 교환했고 말을 세번 훔치면 사형에 처해질 정도로 말은 귀한 존재였다. 고려말부터 제주도는 가장 유명한 목장이었는데 한양으로 운반하는 도중 적지않은 말이 바다에 빠져 죽고 기간도 한달이나 걸리는 등 어려움이 컸다. 이를 해결코자 조선 태종은 가까운 강화도를 목장으로 개발, 강화도 사람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10여년동안 제주말을 사육한 적이 있는데 이를 두고 「말이 귀한가 사람이 귀한가」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이 책은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겸사복」(兼司僕·국왕의 기마 친위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