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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한달도 안 남기고 “배우러 간다”며 외유 떠난 의원들

임기 한달도 안 남기고 “배우러 간다”며 외유 떠난 의원들

Posted May. 07, 2024 08:36,   

Updated May. 07, 20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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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의원들이 줄줄이 해외출장을 가고 있다. 동아일보가 국회 의원모임과 국회 상임위원회 등을 취재한 결과 5월 중 확정된 해외 출장만 7건이다. 대부분 의원외교나 조사·연구가 목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낙천한 의원들도 대거 출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의원들이 입법 활동의 일환으로 각 국의 제도를 살피겠다면서 혈세를 들여 외국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4명과 국민의힘 2명 등 6명의 의원은 일본과 우즈베키스탄 방문을 위해 4일 출국했다. ‘의원외교’가 목적이다. 국회 연금특위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도 8일부터 영국과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유럽의 연금제도 현황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합의안 도출을 시도하겠다는데, 활동 시한 종료를 앞두고 유럽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새로운미래 설훈 의원과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 민주당 신현영 의원 등 3명은 한·아프리카 보건의료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강화를 위해 9일부터 탄자니아를 방문한다. 이들 중 2명은 낙선자다. 이들의 출장 경험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외유성 출장으로 비칠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외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획재정위 소속 여야 의원 5명도 지난해 재정준칙 시행 선례를 살펴보고 입법에 참고하겠다며 10일 동안 유럽을 다녀왔지만 이후 여야가 논의를 진전시켰다는 소식은 지금까지 들리지 않는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경비가 공개된 21대 국회의 219건의 해외출장에 들어간 경비만 173억 9628만 원이다. 1건 당 7944만 원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혈세를 쓸 정도로 의미있는 성과가 있었던 해외출장들이었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낙선자들이 다수 포함된 ‘의원외교’에 대해 국민 시선이 고울리 없다. 임기 말 해외 출장을 오랜 관행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만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모양새로 끝내서는 안된다. 22대 국회는 의원 해외출장을 국민 눈높이에서 통제하고 관리하는 엄정한 기준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